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춘천 교도소에서 공무원노조에 새해 메시지 보내와

"공무원노조에 뜨거운 동지애를 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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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이 옥중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앞으로 새해 편지를 보내왔다. 한 위원장은 박근혜 정권 퇴진을 요구하는 민주노총 총파업과 2015년 민중총궐기를 주도한 혐의로 현재 강원도 춘천교도소에 수감 중이다.
1심에서 징역 5년형을 선고받았던 한 위원장은 지난 12월 항소심에서 징역 3년과 벌금 50만원을 선고받았다. 한 위원장은 서울구치소에서 1년여의 영어 생활을 하다 2심 확정 후 강원도 춘천교도소로 이감됐다.
지난 해 말 드러난 현 정권의 ‘국정농단’ 사태와 탄핵 정국은 한 위원장이 주도했던 민중총궐기가 옳았음을 증명해 주고 있다. 그럼에도 그는 지난 해 말 민주노총 조합원들에게 보낸 편지에서 “지금은 오직 박근혜 체제의 완벽한 탄핵과 단죄를 얼마만큼 단호하게 할 것인지에 집중해야”하기 때문에 “지금부터 한상균을 석방하라는 구호도 멈춰주십시오”라고 썼다.
<공무원U신문>은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들을 위한 희망의 신년 메시지를 요청하는 편지를 한 위원장에게 보냈으며 그 요청은 대학 노트 4장 분량의 편지로 돌아왔다. 감옥에서도 그는 민중의 승리를 확신하며 ‘적폐 청산’과 ‘노동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한 평등한 민주공화국’을 만드는 ‘촛불 혁명의 완수’를 위해 골몰하고 있다.
그는 편지에서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이 민주노총의 자랑”이며 “교사‧공무원 노동자가 실명을 걸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대정권 선전포고를 일간신문을 통해 접하는 순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다”고 밝혔다. 또한 2017년을 해고노동자가 복직되고 공무원노동자의 노동기본권과 정치 활동의 자유를 쟁취하는 해로 만들자고 당부했다. <공무원U신문>이 한상균 위원장이 옥중에서 보낸 편지의 전문을 싣는다.

 
 
 
 
 
 
 
 
▲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 민주노총 한상균 위원장

민주노총의 자랑스런 조직 전국공무원노동조합 조합원 동지들 보고 싶습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동지들과 함께 불의한 정권을 단죄하고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가슴 벅찬 역사의 현장에 함께 하고 싶은 마음 간절합니다.

서울 구치소에 있을 때는 공안탄압에 결코 무릎 꿇지 않고 투쟁으로 맞선 동지들이 시민들로부터 지지와 연대의 박수를 받고 있다는 소식을 들으면서 그리움을 달랬었습니다.
얼마 전 이곳 춘천으로 옮기고 나니 첫 소식으로 “민주노총이 주도한 촛불은 민심이 아니다”라는 박근혜 측 변호사의 궤변을 듣노라니 외로움도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독재자들은 반성과 참회보다는 민심 따윈 허망한 것이라 자위하며 가장 추한 최후를 스스로 선택했는데 박근혜와 그 패거리들 또한 민심에 맞서면서 그 길을 가고 있습니다.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과 정의와 옳음에 대한 굳은 신념이 없는 권력, 정치인, 지식인, 자본가가 넘쳐나고 있는 한국 사회가 잠시 멈추고 그 적폐들을 더 아프게 도려낼 때만이 비로소 사람 냄새 나는 사람답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이런 점에서 박근혜는 사악한 패악질로 유신을 부활시키고 그 체제를 영속시키려 했지만 그 계획은 미수에 그쳤고 이 나라가 통째로 그 깊이를 알 수 없는 절망의 늪으로 빠져들고 있다는 것을 일깨워 주었으니 이것만큼은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동지들, 동지들 곁에는 자랑찬 공무원노조를 지키기 위해 투쟁하다 해고당한 130여 명의 동지들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습니다.
힘든 시간 보내면서 백발이 무성해진 채 정년을 맞는 동지들도 있을 것입니다. 저도 아직 흰머리는 없지만 오십 중반이 되어버린 해고자입니다. 가끔씩 만나는 친구나 선배들이 무심코 내뱉은 말에 상처를 받기도 합니다. 니 나이가 몇 개인데 아직도 그러고 사느냐고 합니다. 그들 또한 평생을 노동하며 살아온 노동자인데 말입니다. 묵묵히 소주잔을 비우고 돌아서곤 했는데 그런 친구들이 편지를 보내 주고 교도소까지 찾아오고 있습니다.

박근혜 정권의 패악질이 옳음과 정의를 깨워낸 것 같습니다. 반성한다, 앞장 서 싸워주는 민주노총 고맙다는 말을 듣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제라도 촛불을 들고 따뜻하고 정의로운 세상을 만들어가는 광장의 민중들과 연대하라고 했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돌아갔습니다. 옳은 일, 정의로운 일, 진실을 밝히는 일을 바보들이나 하는 일이라 할지라도 우리가 가야할 길일 것입니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민주노총의 자랑입니다. 민주노조를 지켜야 한다는 대의로 조직 내 갈등을 더 단단한 조직으로 다시 세운 후 박근혜 정권의 노골적인 탄압에 굴하지 않고 퇴진 투쟁을 당당하게 해 온 김주업 위원장과 조합원 동지들께 이 자리를 빌어 뜨거운 동지애를 전합니다.

교사‧공무원 노동자가 실명을 걸고 “박근혜는 퇴진하라”는 대정권 선전포고를 일간신문 양면을 통해 접하는 순간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습니다. 악법 때문에 두렵기도 하지만 혼자가 아니기에 당당한 노동자의 길을 갈 수 있었을 것입니다. 조금 더 힘을 냅시다.

2017년은 해고자 모두가 복직시키는 해로, 전체 공무원노동자가 노동기본권과 정치 활동의 자유를 쟁취해서 이 땅의 정의를 세우는 결정적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소방직 및 교정직 공무원도 당연히 민주노조를 만드는 해로 만듭시다.

동지들! 피눈물을 흘려야 할 사람은 가증스런 박근혜가 아니라 국민을 위해 헌신해온 공무원 노동자들일 것입니다.  이 나라가 돌아가는 시스템과 적폐를 누구보다 더 잘 알고 있는 동지들이야말로 한국사회가 지금과 다른 나라로 바꾸기 위해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플랜을 세워야 하는지를 누구보다 동지들이 잘 알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박근혜는 안 된다, 이렇게 망가지도록 속수무책이었던 시스템도 고치고 양심을 판 공범 및 부역자들도 적폐와 함께 도려내야 한다는 마음들이 심지가 되어 촛불을 밝히고 있습니다. 물론 그 바탕에는 세계에서 해고가 가장 쉬운 나라, 1~2년 파견직 기간제 취업을 당연히 받아들여야 하는 청년들, 재앙이 되어버린 소득 불평등, 국민 소득과 무관하게 점점 더 불행해지고 있는 민심이 깔려 잇을 것이고요.

이 모든 것을 단 한번의 촛불로, 대선으로 해결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또한 광장의 분노가 구체적인 목표를 만들어 관철시키는 직접 정치까지 진화 발전할 수 있기를 바라지만, 광장연대로 굳건해지지 않는다면 또 다시 허망함만 남고 말 것입니다.

이제 민주노총은 천만 촛불을 주도했다는 궤변의 대상이 아니라 광장의 연대를 선도해내고 전체 노동자 민중을 책임지는 막중한 역할을 완수해 내야 할 것입니다. 분노와 배신, 정의로 모인 민심이 기댈 수 있는 민중의 듬직한 언덕이 되기 위한 노력을 즐겁게 해 나갑시다.

모든 정치 세력들이 일자리 창출을 얘기하지만 공허하기만 합니다. 다음 정권의 일자리 창출은 공무원과 공공부문 노동자를 선진국 수준으로 높이고 민간 부분의 차고 넘치는 나쁜 일자리를 좋은 일자리로 바꿔내는 길밖에 없습니다.

얼마 전 이랜드 그룹은 알바노동자 임금을 갈취한 점에 대한 대국민 사과를 했고 정규직 전환 1,000명을 약속한다고 했습니다. 사과 후 하루 뒤 뉴스를 보니 정규직 노동자의 임금도 갈취했다고 하더이다. 반성하겠다는 사장의 얘기가 얼마나 위선적입니까. 국가권력이 삼성을 포함한 자본의 뒷배가 되어주니 모든 사용자가 노동자를 노예 부리듯 탄압하고 있으니 이를 반전시키려면 오직 노동조합으로 단결하는 길밖에 없을 것입니다.

동지들! 우리 이웃과 친지, 광장에 모인 다수는 노동자입니다. 노동이 희망이 되는 세상은 노동조합으로 조직화될 때만이 가능합니다. 동지들은 국가기관 중앙정부 지방정부 등 절망의 노동 현실을 가까이서 보고 있습니다.

힘드시겠지만 가장 힘들게 노동하는 동지들과 연대를 강화하고 이천만 노동자가 헌법에 보장된 권리를 찾을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혁명의 다른 말일 것입니다. 노조 조직률이 20%, 30%, 50%로 높아질 때 한국사회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변할 것입니다. 저는 지금 가슴 벅찬 꿈을 함께 꾸자고 제안하고 있습니다.

동지들! 박근혜 변호사의 궤변이지만 민주노총이 주도한 촛불이라서 기분은 좋습니다. 천만촛불, 잘못한 대통령을 죄값을 받게 하는 민중과 함께하는 자랑찬 조직이라니 말입니다. 우리는 언젠가 이런 날이 올 줄 알고 이 땅의 주인답게 투쟁해 왔습니다.

2년 전 반노동 반민주 박근혜 정권을 퇴진시키는 단 한번의 승리를 약속했는데 조만간 그 결판이 나겠지요. 한번 경험한 승리는 오래도록 등대가 되어줄 것입니다. 공무원노조와 민주노총의 꿈이 뭉치면 절망을 이겨낼 수 있다는 것은 광장에서 다짐한 이 땅 청년과 비정규직의 꿈과 같지 않을까요.

저도 새해의 바람이 많습니다. 동지들과 함께 인간에 대한 무한한 사랑으로 노동하는 모든 사람들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을 만들어가고 싶습니다. 건강하시고 조금더 웃는 한해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사랑합니다. 투쟁!

2017. 1. 8.

춘천교도소에서 한상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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