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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기 3년차의 저주

기사승인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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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국 법무부장관 후보자가 2일 오후 국회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있다.

조국 장관 후보자 임명을 둘러싼 찬반 논란이 모든 정치 이슈를 압도하고 있다. 심지어 심각한 경제 현안과 민생 문제마저도 이 논란 탓에 관심의 뒷전으로 밀려나 있을 정도다. 논란의 불쏘시개를 제공하고 끝없이 확대재생산하는 주모자는 누가 뭐래도 언론이다. ‘기레기’란 표현이 괜히 나온 말이 아님을 새삼 절감한다.

<뉴스민>이 한국언론진흥재단의 ‘빅카인즈’를 통해 집계된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관련 뉴스 건수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지난 8월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 후보자를 지명한 이후 27일 오후 3시 30분까지 기사가 무려 9,728건에 달했다. (‘빅카인즈’는 중앙지, 경제지, 지역종합지, 방송사, 전문지 등 54개 매체의 기사를 수집해 집계한다.) 보도 건수로 보면 YTN이 741건으로 1위고, 중앙일보(612건), 세계일보(594건), 아시아경제(558건), 머니투데이(555건), 서울경제(508건), 조선일보(501건) 순이다. 경향신문은 319건, 한겨레는 172건이다. 언론사가 ‘단독’이라고 보도한 기사는 131건인데, 중앙일보(28건), 동아일보(23건), 조선일보(14건), 한국일보(11건), 국민일보(10건), 서울경제(9건), 서울신문(6건) 순이다. ‘기레기’ 언론답게 조‧중‧동이 단연 앞선다.

검찰이 27일 조 후보자의 사모펀드 투자 관련 의혹, 딸의 입시 특혜 의혹 수사를 명목으로 전격적인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그 시점이 시사적이다. 조 후보자에 대한 임명 반대 여론이 커지고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와 민주당 지지율이 하락한 시점이었다. 국회가 인사청문회 일정을 합의한 상황에서 청문회가 열리기도 전에 후보자 주변에 대해 검찰이 대대적인 압수수색을 벌인 것은 사상 초유의 일이다. 검찰이 정치에 개입한 것이다. 정권에 대한 정치검찰의 공개적인 항명에 다름 아니다.

기소권의 독점은 물론, 수사권과 자체 수사 인력까지 갖고 있는 대한민국 검찰은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막강한 사법 권력이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행사하는 검찰에 대한 과감한 개혁은 사법 개혁의 핵심 과제로서 민주 정부의 오랜 숙제였다. 하지만 기득권을 사수하려는 검찰의 완강한 저항으로 검찰 개혁은 번번이 실패를 반복하였다. 정치검찰은 민주 정부의 개혁을 좌초시키고 정권의 레임덕을 촉발시키는 주범 중의 하나였다.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검찰은 개혁의 대상이라는 사실이다. 검찰총장이 윤석열로 바뀌었다고 해서 검찰이 갑자기 개혁의 주체로 변신하는가? 검찰의 정치개입은 전형적인 집권 3년차 증후군이다. 집권 3년차는 5년 단임 대통령제에서는 임기 반환점을 도는 해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역대 대통령은 예외 없이 집권 3년차에 위기에 직면했다. 임기 3년차에 측근 비리나 권력형 게이트, 인사·정책 실패, 여권 분열에 발목이 잡혀 급속히 내리막을 걷는 과정이 어김없이 반복됐다.

   
 

노무현 전 대통령은 ‘임기 3년차의 저주’라고 했을 정도다. “단임제 아래서는 연임이 없으니 임기 3년이 지나면 당정관계에 레임덕이 옵니다. … 미국의 경우에도 ‘임기 6년차의 저주’라는 연구논문이 나와 있는 것을 보면, 대통령제 아래서는 레임덕 문제가 책임정치의 장애사유가 되는 것을 회피하기 어려운 일인 것으로 보입니다만, 우리의 경우는 미국의 경우와 비교하면 ‘임기 3년차의 저주’라고 해야 할 형편입니다.” (2007년 4월 노무현 대통령이 개헌 발의 국회 연설을 위하여 준비한 원고)

5년 단임제 정권에서 집권 3년차 증후군은 피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다. 역대 정권마다 집권 3년차 증후군을 어김없이 겪었던 만큼 이것을 반면교사로 삼아 집권 3년차 징크스를 경계해야 마땅하다. 정권의 성패는 집권 3년차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달려 있다. 청와대가 국정 쇄신과 개혁 가속화를 목적으로 집권 3년차에 추진한 개각이 오히려 국정의 발목을 잡고 개혁의 동력을 약화시키는 역효과를 낳고 있다. 조국 인선 논란에서 보다시피 문재인 정부 역시 영락없이 ‘임기 3년차의 저주’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려스러운 것은 정치의 ‘팬덤 현상’이다. ‘팬덤’은 연예인들을 사랑하는 이들을 지칭하는 말이다. 자신이 좋아하는 정치 지도자가 있고 그 지도자를 좋아하고 지지하는 행위를 탓할 순 없다. 특히 자신의 욕망을 대변해 줄 지도자를 만나는 것을 행운으로 여길 수도 있다. 하지만 팬덤은 자신이 사랑하는 정치 지도자를 지지하는 행위는 더 없이 좋아 보이고 반대하는 행위는 더 없이 미워 보이게 만든다. 정치가 정치 지도자를 중심으로 돌아가면, 정치에 대한 반응은 지지하는 자들의 열광이거나 반대하는 자들의 냉소로 나뉘게 된다.

정치에서 팬덤 현상은 유해하다. 박근혜 지지층이 웅변으로 보여주고 있다. 팬덤 정치는 시민을 정치의 주체로 세우는 것이 아니라 정치인의 구경꾼(팬)으로 전락시킨다. 팬덤의 약점은 사랑하는 대상이 사라지면 나도 함께 사라진다는 것이다. 게다가 팬들이 지도자 개인의 결정과 행위에 집중하는 동안에 정치의 구조와 권력의 체제는 관심 밖으로 사라지고 만다. 정치인 개인의 도덕성과 능력에만 초점이 맞춰지고, 정치 구조와 법률 제도는 간과되어 버리는 것이다.

조국에 대한 찬반이 핵심 쟁점이 아니다. 고위 공직자의 인선 논란은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단임제 정권 집권 3년차에 익히 벌어졌던 일 아닌가? 찬반의 기준이 ‘실정법 위반인가? 국민 법 감정인가?’도 늘 반복되었던 공방이다. 중요한 것은, 왜 이런 일이 반복되는지, 이런 논란의 반복을 낳는 구조와 제도의 문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성찰이다. 안타까운 것은, 집권 3년차를 처음 경험하는 것도 아닌데, ‘임기 3년차의 저주’에서 허우적대는 집권세력의 무능함이다.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yju82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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