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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감히 보통국가를 원할 자격이 있나?

기사승인 2019.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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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자와 이치로 일본 전 자민당 간사장

1993년 당시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일본개조계획(日本改造計劃)』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일본의 덩샤오핑(鄧小平)’이라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던 오자와는 이 책에서 일본개혁론과 자위대의 해외 파견 정당화, 아시아·태평양 국가로서의 일본론 등 본인의 소신(혹은 헛소리)을 길게 써 놓았다.

이 책이 출간된 데에는 재미있는 사연이 하나 있다. 책이 출간되기 3년 전인 1990년 1차 걸프전쟁 때, 일본은 100억 달러가 넘는 꽤 큰돈을 미국 쪽에 지원금으로 퍼부었다. 하지만 일본은 주군(主君)으로 생각하는 미국으로부터 큰 칭찬을 받지 못했다. 뇌물을 잔뜩 바쳤는데, 주군은 “받을 거 받았다”는 시큰둥한 자세를 보인 것이다.

돈은 돈대로 쓰고, 무시는 무시대로 당한 오자와는 속된 말로 뚜껑이 열렸다. 그래서 쓴 책이 바로 『일본개조계획』이다. 이 책에서 오자와가 소리 높여 외친 주제는 “우리도 군대를 갖고 국제 사회에서 다른 나라와 똑같은 대접을 받아야한다”였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일본의 ‘보통국가론’이다.

 

보통국가론, 일본과 아베의 철학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지금 목숨을 거는 일이 개헌이다. 일본의 현행 헌법을 평화헌법이라고 부른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한 일본은 기존의 메이지 헌법을 폐기하고 지금의 평화헌법을 만들었다.

이 헌법에 '평화헌법'이라는 이름이 붙은 이유는 헌법 9조 때문이다. 헌법 9조에는 “일본은 무력행사를 영원히 포기하고, 육해공군 및 그 이외의 어떠한 전력도 보유하지 않는다”고 명시돼 있다. 국가의 교전권 역시 인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는 일본인들의 본심이 아니다. 세계대전을 일으킨 그들의 마음속에는 언제나 약소국가를 침탈하려는 본능이 꿈틀대고 있었다. 아베가 평화헌법을 개정해 군대를 창설코자 하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문제는 일본이 2차 세계대전 전범국가라는 국제사회의 따가운 시선이 존재한다는 점이다. 일본은 어떻게든 이를 교묘히 피하고자 했다. 그래서 등장한 것이 보통국가론이다. 아베도 이 보통국가론의 철학을 기반으로 헌법을 바꾸려 한다.

보통국가론의 목적은 뚜렷하다. 국제사회에서 일본의 정당성을 알릴 때 “우리가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게 아니라 그저 보통국가의 지위를 갖고 싶다”는 호소를 하기 위해서다. 그래서 이 프레임은 사악하지만 영리하다. 보통이란 누구나 누릴 수 있는 권리인데, 일본이 그것을 못 누리고 있다는 국제사회의 동정심을 불러일으키는 것이다.

   
▲ 아베 규탄 촛불에 참가한 시민들

보통은 아무나 얻는 권리가 아니다

하지만 일본의 '보통국가론'은 윤리적으로나 역사적으로나 결코 용납될 수 없다. 그들은 그것을 ‘보통’이라고 쉽게 부르지만, 그 보통의 권리는 결코 평범하게 얻어진 것이 아니다. 보통의 권리를 얻기 위해 투쟁을 해 본 경험이 있는 민족은 이 말의 의미를 안다.

일본은 투쟁이라는 것을 모르는 민족이다. 일본은 상고사 이후 민중들의 제대로 된 투쟁이 없다시피 했던 민족이다. 그래서 그들은 ‘보통’의 소중함을 모른다.

그에 비해 우리 민족은 진주민란과 동학혁명 등 중세 때부터 수많은 민중들의 투쟁을 경험했다. 현대사에서도 4.19혁명을 시작으로 2017년 촛불혁명까지 끝없는 투쟁을 이어갔다. 당연히 누려야 할 그 보통의 권리를 얻기 위해 민중들이 목숨을 걸고 싸운 것이다.

서구 사회도 마찬가지다. 지금은 누구나 당연히 여기는 보통선거권은 결코 거저 주어진 권리가 아니었다. 18세기 미국에서의 선거권은 백인, 남성, 21세 이상, 그리고 일정 정도 재산의 소유자에게만 주어진 매우 특별한 권한이었다. 1838년 영국에서 시작된 차티스트 운동 때 노동자들의 가장 중요한 요구는 보통선거권의 획득이었다.

19세기 후반 영국 정부가 마침내 보통선거를 받아들였지만 그마저도 실질적인 보통선거가 아니었다. 투표권이 남자에게만 주어졌기 때문이다. 이후 여성들은 그 보통의 권한을 얻기 위해 또다시 목숨을 건 투쟁에 나서야 했다. 영국은 1918년, 미국은 1920년, 프랑스는 1944년에야 여성에게 투표권을 부여했다.

그러나 이조차 진정한 의미의 보통선거가 아니었다. 흑인들에게 보통선거권이 주어진 것은 그보다 훨씬 뒤인 1960년대였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수많은 흑인들과 운동가들의 죽음이 있었던 것은 말할 필요조차 없다. 우리가 지금 편하게 보통선거라고 이야기하는 것들은 모두 목숨을 건 투쟁 속에서 만들어진 것이라는 이야기다.

그런데 일본이 지금 보통국가가 되겠다고 한다. 2차 세계대전 전범 국가로 아시아의 수많은 민중들의 목숨을 빼앗은 그들이 “우리는 보통이에요”라며 실실 웃으면 그 보통의 권리를 줘야 하나? 절대 그럴 수 없다. 그건 보통에 대한 심각한 모독이다. 일본이 진정 보통국가가 되고 싶다면 방법은 하나다. 당신들이 죽인 그 소중한 조선과 아시아 민중들의 영혼 앞에 뼈가 저리고 저릴 정도로 반성을 하는 것이다. 보통이란 그렇게 해도 쉽게 얻어지는 권리가 아니다. 그런데 사과도 제대로 하지 않은 자들이 어디서 감히 보통국가를 들먹이며 보통이라는 소중한 권리를 날로 먹으려 하나? 단언하는데 반성을 모르는 뻔뻔스러운 일본은, 결코 보통을 언급할 자격이 없다.

이완배 민중의소리 기자 yju8283@hanmail.net

<저작권자 © 공무원U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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