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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검찰이다

기사승인 2019.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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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진작부터 수없이 강조했다. “검찰이 적폐세력의 몸통이다.” “검찰이 정치의 전면에 등장했다. 검찰이 정치에 뛰어든 것이다. 집권 3년차에 마침내 마각을 드러낸 것이다.” “정권에 대한 공개적인 항명이다. 항명을 넘어 검찰의 쿠데타다.” “법비(法匪, 법을 악용하는 도적)들의 난동에 다름 아니다.”

이참에 한 권의 책을 추천하고 싶다. 『미국은 동아시아를 어떻게 지배했나: 일본의 사례, 1945-2012년』 (마코사키 우케루 저)이다. 이 책의 저자는 일본 외무성에서 36년간 재직했던 전직 외교관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1945년 패전 후의 현대 일본사를 미국에 대한 자주파와 친미파 간의 대립, 갈등, 대결 구도로 해석한다. 저자는 역대 일본 수상과 정치인들을 친미파와 자주파로 구분하고 자주파 내각이 단명한 것을 미국의 공작으로 설명한다.

오늘 한국의 현실에 비추어 이 책에서 특별히 주목하는 대목은 일본 정치에 대미 자주파를 대미 추종파로 바꾸는 시스템이 정착되었다고 지적하는 부분이다. 특히 미국이 일본의 자주파를 친미파로 바꾸는 시스템에서 그 핵심 역할을 검찰과 언론이 담당한다는 대목이 눈에 띈다. 검찰의 수사와 피의사실 유포, 이것을 특종인양 대서특필하는 언론의 보도를 통하여 대대적인 여론몰이를 진행하여 정치적으로 퇴출시키는 것이 전형적인 수법이라는 것이다.

작금의 우리나라 상황도 이와 다를 것이 없다. 정치인들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면 수많은 언론 보도가 쏟아진다. ‘단독’이라는 선정적인 제목의 기사는 대부분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또는 ‘익명을 요구한 검찰 핵심 관계자에 따르면’이라고 정보의 출처를 댄다. 검찰의 누군가가 흘려줬고 언론이 그대로 받아쓴다는 의미다. 검찰이 ‘유포’하고 언론이 ‘추정’한 혐의들은 독자들에게 유죄의 ‘심증’을 갖게 만드는 효과를 낳는다. 피의자는 일방적으로 매도되는 여론재판을 통해 범죄자로 낙인찍히는 마녀사냥을 당하는 셈이다.

   
 

기소 후 확정판결이 내려지기 전까지 ‘무죄추정의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규정은 검찰과 언론이 합작하면 아무짝에 쓸모없는 무용지물로 전락하고 만다. 그럼 폐단을 막고자 만들어진 형법 제126조 ‘피의사실공표죄’는 먼 나라 얘기다. 제정된 지 66년이 지나도록 이 죄명으로 단 한 번도 처벌받은 사례가 없다. 피고인이 이후 재판을 통하여 무죄판결을 받아도 아무 소용이 없다. 검찰의 수사 속보를 좇아 홍수처럼 ‘단독’ 기사를 쏟아내던 언론은 무죄판결에는 일제히 침묵한다. 사건은 사람들의 관심과 기억 속에서 조용히 사라지고 억울한 피해자는 고통에서 헤어나기 어렵다.

마녀사냥의 폐해는 단지 피해자 개인의 인권 침해에서 그치지 않는다. 그것이 정치공작의 목적으로 자행될 경우 국민주권을 침탈한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가장 적나라한 최근의 사례가 브라질에서 벌어진 ‘세차작전(Operation Car Wash)’이다. 세차작전은 고위급 정‧재계 인사 수백 명에게 실형이 선고된 브라질 최대의 부패 스캔들인 페트로브라스 사건을 말한다.

세차작전은 2014년 3월 세르지우 모로 판사 주도로 시작됐다. 문제는 그 정치적 파장이었다. 우파 사법부와 보수 언론이 합작하여 집권 좌파 노동자당의 부패를 집중 부각시켜서 현직 대통령 호세프를 탄핵시켰다. 나아가 2018년 대선에서 선두를 달리던 대선 후보였던 룰라 전 대통령을 구속시키고 실형을 선고하여 피선거권을 박탈한다. 대선에서 극우파 보우소나르가 대통령으로 당선된다.(사실상의 정권 찬탈이다.) 세차작전의 영웅 모로는 보우소나르 정부의 ‘슈퍼 법무부 장관’으로 입각한다.

   
 

브라질의 온라인 저널 ‘디 인터셉트(The Intercept)’가 충격적인 사실을 폭로하였다. 모로 판사는 세차작전을 주도하는 과정에서 검찰과 긴밀하게 내통하였다. 기소를 하는 자(검사)와 판단을 내리는 자(판사)가 한통속이 되어 공모를 한 것이다. 판사와 검사의 추악한 협잡이 텔레그램 그룹 채팅과 녹취물, 영상들, 그리고 수많은 문서들에서 드러났다. 모로는 검찰에게 언론을 통해 룰라를 어떻게 공격해야 하는지를 알려주기까지 했다. 검찰은 증거가 약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소했고 모로는 서슴없이 유죄판결을 내렸다. 정치법비들의 마각이 드러났으며 세차작전은 정치법비들이 주도한 한편의 ‘정치 쿠데타’였음이 확인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군부의 정권 찬탈과 장기독재를 시민항쟁으로 끝장내고 정치적 민주화를 실현했다. 군부독재정권 시절에 검찰은 군부의 총칼 아래서 하수인으로 부역하는 일개 법비 신세였다. 그런데 민주항쟁으로 정치군부를 물리치고 나자 권좌에 꿰차고 앉은 집단이 정치검찰이다. 검찰은 민주적으로 통제받지 않는 무소불위의 권력 집단으로 변신했다. 재벌총수도, 국회의원도, 군 장성도 죄를 지으면 감옥에 간다. 전 대통령도, 전 대법원장도 구속을 피하지 못한다. 그런데, 검찰만 법 위에 군림하는 초법적 특권을 누리고 있다. 검찰을 적폐세력의 몸통이라고 하는 이유다.

정치군부의 쿠데타가 불가능해지자 대신 정치검찰이 청와대에 항명을 하고 국민주권을 찬탈하려는 사태가 벌어지고 있는 것이 작금의 대한민국 현실이다. 지난 24일, 크리스토퍼 레이 미국 연방수사국(FBI) 국장이 한국을 방문해 윤석열 검찰총장을 만나고 갔다고 한다. FBI 국장의 대검찰청 방문은 20년 만의 일이다. 그런데 하필 문재인 대통령이 미국을 방문하고 있을 때 다녀갔다. 이것을 그저 우연으로 치부할 수 있을까? 오얏나무 아래서 갓끈을 고쳐 매지 말라고 했다. 28일 서울 서초동 검찰청사 앞에 운집한 백만의 촛불은 이제 투쟁의 과녁이 정확히 정치검찰로 향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검찰이다. 정치검찰을 제압해야 한다. 주인을 물려고 대드는 미친개는 몽둥이가 약이다.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gnews20@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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