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최초 비정규직공무원과 함께 단체협약 체결

단체교섭 현장을 가다 - 경기본부 평택시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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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기본부 평택시지부 이종명 지부장
▲ 경기본부 평택시지부 이종명 지부장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기본부 평택시지부(지부장 이종명, 이하 평택시지부)는 지난 11일 비정규직공무원노동조합과 함께 시와 단체협약을 체결했다. 단체협약서에는 이종명 지부장과 비정규직노조 지부장, 시장이 함께 서명했다. 이번 단체협약은 비정규직공무원들이 기관과 맺은 첫 단체협약이다.

이 지부장은 “9급 공무원 아래가 비정규직이라고 한다. 처우도 열악하다. 우리도 도와주기엔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노동조건 개선을 위해 일어선 비정규직 공무원들의 용기 있는 모습이 매우 고무적이었고 제 마음을 움직였다”며 비정규직공무원노조와 함께 단체협약을 추진한 이유를 밝혔다.

▲ 평택시지부 단체협약 체결식
▲ 평택시지부 단체협약 체결식

평택시청에는 100여 명의 비정규직공무원이 있는데, 대부분 보건소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예산을 이유로 정규직 공무원을 채용하지 않으면서 대신 비정규직공무원들이 늘어났다. 이들은 5년 마다 계약을 갱신해야 하고 시험도 통과해야 한다. 또한 재계약을 하면 지난 5년간의 호봉이 인정되지 않아 고용불안과 저임금에 시달리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지난 4월 평택시에 비정규직공무원노조가 만들어졌다. 당시 평택시지부는 지부 사무실에 노조 설립을 축하하는 현수막을 걸고 비정규직노조의 활동을 응원했다. 단체교섭 이전에도 비정규직노조의 기자회견에 참석하며 연대했다. 지난해 7월에 시작한 단체교섭에는 비정규직노조 이선화 지부장이 교섭위원으로 참여해 평택시지부와 함께 교섭에 나섰다.

▲ 비정규직노조 기자회견에 참가해 연대한 모습
▲ 비정규직노조 기자회견에 참가해 연대한 모습

비정규직노조와 함께 한 단체교섭 과정에 대해 이 지부장은 “단체교섭을 진행하면서 핵심 간부들과 집중교섭을 통해 빠르게 진행했다. 하지만 비정규직노조 관련 부분을 합의하는데 우리 쪽 보다 5개월 정도 시간이 더 걸렸다. 그래도 비정규직노조에 걱정하지 말라고 하며 교섭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고, 보건소에도 이야기하고 중앙부처에도 질의해서 교섭이 잘 끝날 수 있도록 도왔다. 단체교섭을 같이 시작했으니 같이 끝내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평택시지부의 노력으로 단체교섭은 1년 2개월 만에 마무리됐다.

평택시지부는 이번 교섭으로 10년 만에 단체협약을 체결하면서 그동안 노사협의회에서 논의한 내용을 법제화시켜 시에 강제할 수 있게 되었다. 장기재직휴가 일수를 확대하고 분할 사용이 가능하게 했으며, 장기재직자 해외연수도 조례를 계정해 1인 가족의 경우도 동반자와 함께 갈 수 있게 했다. 또한 포상휴가를 현행 3일에서 5일 이내로 확대했고, 신규자에 대한 노동조합 교육시간도 보장받는 등 기존 단체협약과 비교해 진전된 성과를 얻었다. 직장 내 성폭력과 갑질에 대한 대책도 마련했다. 지난해 7월에는 간부 공무원이 여직원을 성희롱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간부는 지난 2017년에도 폭행사건에 연루되어 인사위원회로부터 견책 처분을 받았지만 소청을 통해 불문경고로 감경 받았다. 이에 지부는 경기도 인사위원장에게 성희롱 간부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고 언론사에도 제보하는 등 적극적으로 나서서 솜방망이 처벌이 아닌 중징계를 받게 했다.

▲ 평택시지부 2030 조합원들의 공무원노조 뒷담화대회 행사
▲ 평택시지부 2030 조합원들의 공무원노조 뒷담화대회 행사

일반 조합원으로 시작해 노조간부와 사무국장을 거친 이 지부장은 50대 중반을 넘긴 나이에 지부장을 맡았다. 평택시지부가 몇 해 전 내부적으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조합원 수가 2백여 명까지 줄어들고 조합원들이 간부로 나서지 않는 어려운 상황 속에 지부장을 수락하게 되었다. 지금은 조합원수를 8백여 명까지 회복했다. 노조활동을 하며 산전수전을 다 겪은 이 지부장과 간부들은 기관을 상대하면서 주저하거나 무서워하지 않는다고 한다. 다만 차기 지부장과 젊은 간부들을 발굴하는 것은 가장 큰 숙제이다. 공무원노조가 설립신고 후 법내노조가 되었지만 조합원들은 아직도 노조활동을 조심스러워 한다. 평택시지부 간부들은 다른 지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젊은 지부장들을 보며 청년조합원 가입 및 청년간부 발굴에 더욱 힘쓰고 있다. 지부 활성화를 위해 조합원 가족과 함께하는 스키캠프, 축구대회도 진행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항일 독립군 유적지 및 백두산 기행도 계획하고 있다.

▲ 조합원 가족과 함께 한 스키캠프 행사
▲ 조합원 가족과 함께 한 스키캠프 행사

이 지부장은 “대한민국 어디든지 노조는 꼭 필요하다. 노조가 있어야 조직의 불합리함을 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공무원노조가 발전하려면 좋은 청년간부들이 나와야 한다. 간부 육성을 하지 못해서 나도 지부장이 됐다. 어떻게든 간부를 발굴해서 더 활성화되고 멋있는 지부를 만들고 싶다. 지부든, 본부든, 위원장이든 누가 되는지가 중요하다. 지부가 활성화되어야 본부가 힘을 받고 조합이 힘을 받는다. 의식 있고 영혼 있는 간부들이 많이 나와 공무원노조의 역할인 견제와 예방을 잘 했으면 좋겠다. 평택시지부도 더욱 노력하겠다”고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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