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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인가, 협박인가

기사승인 2019.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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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한미 양국은 지난 9월부터 제11차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SMA)에 대한 협상을 시작했다. 지금까지 9월 24~25일(서울), 10월 23~24일(하와이) 두 차례에 걸쳐 협상을 했다. 11월 중 한국에서 3차 협상이 열릴 예정이다.

그런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과거 국방부 브리핑에서 한국이 주한미군 방위비분담금으로 현재 부담하는 금액의 60배 이상을 내야 한다고 말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제임스 매티스 전 미 국방장관의 연설문비서관이었던 가이 스노드그래스가 지난달 29일(현지시간) 공개한 신간 <선을 지키며 : 매티스 장관 당시 트럼프 펜타곤의 내부>에서 자신의 국방부 시절을 회고하면서 꺼낸 이야기다.

책에 따르면, 2017년 7월 20일에 열린 트럼프 대통령에 대한 첫 국방부 브리핑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 독일, 한국…우리 동맹은 어느 누구보다 비용이 많이 든다.”고 불평했다. 특히 그는 “한국은 우리를 심하게 이용해온 나라”라면서 “중국과 한국은 여기저기에서 우리를 벗겨 먹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고 한다.

2018년 1월 두 번째 국방부 브리핑 때에도 트럼프 대통령은 주한미군 주둔의 대가로 미국이 뭘 챙기는지를 집요하게 따졌다고 한다. 해외 주둔 미군이 미국의 안보를 위한 조치라는 매티스 장관의 답변에 대해 “그건 손해 보는 거래다! 한국이 주둔 비용으로 1년에 600억 달러(한화 약 70조 원) 정도 낸다면 괜찮은 거래일 수 있겠지”라고 반박했다고 한다. 미 국방부가 지난 3월 작성한 해외파견 미군주둔 비용안에 따르면 2020년 주한미군에 드는 비용 총액은 44억 6천4백만 달러(약 5조 2천억 원) 규모이다. 600억 달러라니! 날강도가 따로 없다.

현재 한미 방위비분담금 협상에서 미국 측은 한국에 50억 달러(약 6조 원)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1991년 4만여 명의 주한미군이 주둔할 당시 약 1천600억 원이던 것이 지난해 제10차 협상에서 2만8천500여 명에 1조 389억 원으로 대폭 증가했다. 그런데 미국은 1년 만에 기존 분담금의 6배에 달하는 증액을 요구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비공개 회의에서 연간 ‘600억 달러(약 70조 원)’라는 숫자까지 거론했다는 증언이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자국의 군대를 다른 나라에 주둔시키면서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까지 떠넘기는 것은 동맹군이 아니라 점령군에 다름 아니다. 진정한 동맹관계라면 주둔비용을 내는 것이 정상이다. 미국이 자국 군대를 외국에 주둔시키면서 공짜 부지를 제공받고 기지 건설비용까지 떠넘기는(지원받는) 나라는 한국뿐이다. 아프리카 동중부에 위치한 지부티는 아프리카에서 가장 작은 나라다. 미국은 이 나라에 주둔시키는 미군에 대해 분담금 지원을 받기는커녕 오히려 주둔비용을 내고 있다. 지부티는 매년 미국으로부터 6천300만 달러의 주둔비를 받는다.

   
 

한미 방위비분담금특별협정 협상 미국 측 수석대표 제임스 드하트가 5일 한국을 비공식 방문했다. 미국 쪽 협상 대표가 공식 협상과 별도로 방한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드하트 대표는 방한 기간 중 정은보 한국 쪽 수석대표 외에 국회와 언론 관계자 등도 만났다. 미국이 한국에 천문학적인 방위비분담금 증액을 요구한 것이 알려져 국내 여론의 반감이 커지자 미국의 협상 대표가 직접 나선 것이다. 드하트 대표는 기존 방위비분담금에 포함된 인건비, 군사건설비, 군수지원비 세 가지 외에 제4의 추가 항목 신설을 요구하면서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미군 활동도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상’ 대표가 아니라 ‘협박’ 대표의 행보다.

2006년 한미 양국은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합의했다. 부시 행정부에서 추진된 미국의 세계군사전략 변화에 따라 특정 위협 대응을 위한 고정배치에서 기동력을 위주로 하는 군사력 재편을 추진한 것이다. 즉 주한미군이 대북 억제를 위해서만 기능하는 것이 아니라 타 지역의 분쟁에 개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다.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은 한반도 외의 분쟁지역에 주한미군이 작전을 수행할 수 있다는 의미다.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에 따라 주한미군이 한반도를 벗어나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부상과 러시아의 진출을 차단하고,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항행의 자유 작전과 호르무즈 해협을 포괄하는 활동까지 벌일 수 있게 되었다. 그러면 주한미군 주둔에 따른 한국의 분담금이 줄어야 마땅하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방위비분담금을 되레 인상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우리 정부를 우방으로 대하는 것이 아니라 조공을 바치는 속국이나 만만한 호구로 취급하는 것이다.

지난달 29일 언론을 통하여 알려진 바에 따르면, 한미 군 당국의 ‘한미 동맹위기관리 각서’ 개정 논의 과정에서 미국이 ‘한반도 유사시’란 문구를 ‘한반도 및 미국의 유사시’로 변경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미국이 주장하는 ‘미국의 유사시’란 미국이 세계 곳곳에서 자국의 이익을 위하여 전개하는 군사작전을 말한다. 만일 미국의 제안에 따라 각서가 수정된다면 해외 분쟁이나 분쟁 가능성이 있는 지역에서 미국이 위협을 받는다고 판단하면 한국이 파병할 수 있게 된다. 호르무즈 해협이나 남중국해 유사시 한국군 파병이 가능해지는 것이다.

미국은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주한미군 철수나 한미동맹 파기를 위협(협상)의 무기로 들이댈 게 틀림없다. 미국은 협상이 아니라 협박을 남발하고 우리의 주권을 노골적으로 침해하고 있다. 한미동맹이 굴레로 작용하고 있다. 언제까지 우리가 미국에 목 매달고 미국 눈치 보기에 연연해야 할까?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yju8283@hanmail.net

<저작권자 © 공무원U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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