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138억 년 우주의 역사, 한 권으로 끝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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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기기의 보급과 데이터의 급증이 빅히스토리 바람을 몰고 오는 듯하다. 과거에는 각각의 분야에서, 즉 학제적으로 연구돼 오던 물리학, 화학, 수학, 천문학, 뇌과학, 인류학, 역사학, 사회학, 미래학 따위가 빅히스토리란 이름으로 ‘통섭’을 향해 가고 있다. 학문은 이제 더 이상 전문가만의 영역이 아니다. 미술을 전공한 초등학교 체육교사가 대중 과학서를 냈을 정도다.
   
이준호씨가 쓴 ‘세상의 모든 과학’은 빅히스토리 ‘여행서’를 표방한다. 책 제목에서 빌 브라이슨의 ‘거의 모든 것의 역사’ 냄새도 좀 나는데, 저자는 역사보다는 과학에 좀 더 초점을 맞춘다.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와 미래를 오가는 듯, 편안히 읽다보면 페이지가 술술 넘긴다. 사실관계 뿐 아니라 기후변화 등 나름의 문제의식도 담아내서, 적잖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다.

책은 원환(圓環) 형태를 갖는다. 뒷 표지를 보라. 저자는 빅뱅에서 출발해 지구의 역사를 짚고, 생명의 진화를 다룬다. 인류의 탄생 이후 문자를 통해 문명을 건설하는 과정도 흥미롭게 기술했다. 그리고 그 끝은 다시, 기원(빅뱅)에 대한 탐구다. 다소 어려울 수 있는 내용을 맨 뒤에 넣은 것은 일반인 독자를 위한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본론으로 들어가서, 우주의 나이는 138억살이다. 인류는 우주배경복사 관측을 통해 우주의 나이를 파악해 왔다. 1965년 윌슨과 펜지어스가, 1992년 코비 인공위성이, 그리고 2003년 WMAP 관측위성이 계속해서 정교하게 우주의 온도를 측정했다. 이는 곧 우주 탄생(정확히는 빅뱅으로부터 38만 이후) 당시 빅뱅파의 흔적이다. 우주가 식으면서 양성자(+)와 전자(-)가 합쳐졌고 광자가 전우주로 퍼져나갔다.

최초의 항성은 빅뱅 이후 2억년이 지나서 만들어졌다. 우주 내 미세한 온도차가 밀도, 중력의 차이를 이끌었고 이는 별의 탄생으로 이어졌다. 하지만 전체 우주의 73%가 암흑에너지, 23%가 암흑물질이고 우리가 아는 세계는 4%에 불과하다. 그마저 대부분은 수소와 헬륨(98%)이다. 사실상 우리가 아는 우주는 수소가 타고 남은 찌꺼기에 불과하다.

부연하자면, 별은 수소핵을 융합시켜 헬륨핵을 만들고 헬륨을 소진시켜 탄소를, 이어서 산소와 규소, 철을 만든 뒤 죽는다. 단, 죽음의 양상은 별의 크기에 따라 다르다. 별은 죽어서 백색왜성이 되기도 하고 초신성이나 블랙홀이 되기도 하는데 우리에게는 초신성이 중요하다. 어마어마한 온도로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원소를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Supernova do it all"

선캄브리아기(Precambrian Eon), 혹은 은생누대는 다시 하데스대와 시생대, 원생대로 구분된다. 하데스대 최대 이벤트는 테이와와의 충돌이었다. 그로 인해 달이 생겨났다. 이후 지구는 고난의 7억년을 보낸 뒤 38억년 전 처음으로 생명을 잉태했다. 원핵세포의 출현이었다.

이후 지구와 생물의 ‘공진화’가 시작되는데, 진화의 키는 ‘산소농도’였다. 특히 광합성을 통해 에너지와 산소를 만들어낸 시아노박테리아(남세균)은 지구의 환경을 크게 바꿨다. 남세균이 광합성 과정에서 이산화탄소와 메탄을 없애자 지구는 눈덩이가 돼 버렸다. 지금으로부터 22억년 전의 일이다. 하지만 남세균은 살아남았고 대기 중 산소농도도 1%대로 높아졌다. 이로 인해 DNA가 핵막에 둘러쌓인 ‘진핵세포’가 출연하게 된다. 세포내 공생이라는 ‘사건’도 벌어졌다. 다시 16억년이 흘러, 6억년 전에 발생했던 (2차? 3차?) 눈덩이지구 사태는 다세포 생물을 탄생시켰다. 이 역시 산소급증이 불러온 결과었다.

5억 4천만년 전 캄브리아기 대폭발이 시작된다. 이때 이미 눈에 띄게 복잡해진 생명체는 3억 7천만년 전 또 한번 진화를 거듭한다. 포식자를 피해 강에서 육상으로 진출한 것. 에우스테놉테론(유스테놉테론)-틱타일릭-아칸토스테가로 이어지는 진화의 고리는 차라리 눈물겹다. 캄-오-실-데-석-페 3억년 고생대를 거치며 수차례 대멸종도 경험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멸종 이후에도 생명은 유구히 이어졌다. 폐호흡을 강화한 트리낙소돈, 완벽한 중이를 가진 하드로코디움, 전기를 감지하는 오리너구리, ‘하이에나의 이빨’ 하이에노돈, 그리고 무엇보다 ‘손’을 발명한 카르폴레스테스와 ‘입체적 시각’을 획득한 쇼쇼니우스까지... 우리 선조들은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닥 훌륭한 표현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진화의 정점은 호모 사피엔스다. 500만년 인류의 진화는 기후변화 및 소행성 충돌과 함께했고, 특히 아프리카 초원은 석기와 불을 인류에게 선사했다. 화식은 뇌의 크기를 늘렸다. 이후 ‘눈 깜짝할 사이에’ 인류는 과학문명을 건설했고 ‘인류세(Anthropocene)’를 만들었다. 인류세는 신생대 제4기 그 중에서도 최근 100년을 지칭하는 ‘새로운’ 지질시대다. 저자는 인류세를 곱게 보지 않는다. 물론 희망의 끈도 놓지 않은채다. 책 말미에 인용된, "오늘의 유토피아가 내일의 현실이 될 수 있다"는 빅토르 위고의 글귀가 가슴에 꽂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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