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조합비 어떻게 쓰이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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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정부장이다. 우리 지부는 어쩌다 나 같은 사람에게 이런 일을 맡겼을까? “자리가 하나 남았는데 이 주임이 해볼래?”는 분명 아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참 미스터리다.

매월 초 나는 전월의 회계감사에 제출할 자료를 검토한다. 꼼꼼한 성격도 아니면서 총수입과 총지출의 현황, 또 세부내역까지 시간을 들여 확인한다. 검토가 끝나면 지부 사무실을 향해 달려간다. 포스트잇이 붙은 건에 대해 지출의 당위성이 납득될 때까지 설명을 요구한다. 이해가 안 되면 그때부터는 목소리 톤이 올라가기 시작한다. TMI(too much information)지만 사실 난 화가 많은 편이다. 지부장님의 설명에도 이해할 수 없거나 지나친 지출이 발견되면 조합비 반환을 요구해 환불을 받는다. 잘못된 지출은 바로잡고 반복되는 일이 없도록 당부를 하는 여기까지가 매월 첫째 주 나의 중요한 일정이다. 다만 이 글을 빌려 우리 구 지부장님께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전하고 싶다. “잦은 버럭! 죄송합니다~”
 

 
 

‘전국 최초 매월 회계감사!’

평범하게 진행되는 우리 지부 매월 회계감사에 이런 수식어가 붙었다는 말을 듣고 좀 의아했다. 피·땀·눈물~(BTS 파이팅!) 흘려 번 내 돈이 도대체 어디에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궁금증은 당연한 것! 그것을 해결해 주는 것이 지부에 대한 신뢰의 첫 걸음이라고 생각해서 벌써 만 4년째 매월 결산 후 감사를 받아 공개 중이다. 내가 낸 조합비가 아깝다는 생각이 들지 않도록 깔끔한 회계결산과 투명한 회계감사를 기본으로 총회를 통해 가결된 예산을 집행하고 알리는 일은 노조 활동의 기초 중 기초다. 개인적으로는 수입과 지출에 대한 검토를 통해 노동조합에 대해 더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었다.

부서 선배 공무원의 권유로, 또는 나만 빼고 다 가입해서, 간혹 공무원의 권익신장을 위해 등등 다양한 사유로 우리는 조합원이 된다. 그리고 우리는 조합원의 노동조건 개선과 권리 향상을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는 본부 및 중앙에 소중하게 쓰일 조합비를 낸다.

하늘아래 내 집 한 칸 마련하기 위해 짠돌이, 짠순이로 살아가는 이 시대의 보통사람들에게 크다면 크고 작다면 작을 수 있는 금액이지만,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월급날 귀신같이 통장을 빠져나가는 조합비가 이렇게나 다양하게 그리고 필요한 용처에 쓰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의무다. 그래서 나는 콩나물 값 계산하는 엄마의 마음으로 지부 살림살이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곧 있을 2월의 정산 내역을 도끼눈을 뜨고 기다리고 있다.

작년 ‘공무원 수당 및 직무급제 문제점과 대안’이라는 주제로 열린 지부 정책토론회에 참석한 다양한 연령층의 조합원들, 특히 젊은 조합원들을 보니 격세지감이다. 노조를 대하는 시선도 변해 있었고 우리 지부는 조금씩 더 나은 방향을 향해 앞으로 나가고 있었다. 매월 회계감사를 준비하는 작은 정성이 노조의 변화에 조금이라도 일조했다면 기쁜 일이고 설사 그렇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난 그저 내 할 일을 할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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