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다름없이 민원인에게 같은 내용의 민원 신청서 작성법을 2번 설명 후 목을 축이며 새올 게시판을 보았다. “경기본부 2030청년캠프 ‘직장과 거리두기 불멍캠핑’에 초대합니다” 라는 글 제목을 보자 수원역 사이비 전도사들의 전도에 발걸음이 멈춰지는 것처럼 눈이 고정되었다. 자연스레 클릭해보니 바비큐 파티와 불멍 그리고 맥주가 나에게 손짓하고 있었다. 정해진 순서처럼 순식간에 신청했고 행사 일까지 한참 남았음에도 에버랜드에 처음 가는 중학생이 된 듯 마음이 들떴다
반복되는 업무, 진상 민원인의 압박, 직렬과는 상관없는 민원업무 그리고 불합리하게만 느껴지는 인사발령에 지칠 대로 지쳐 어디론가 도망치듯 떠나고 싶던 나에게 단비 같은 소식이었다. 그런데 정작 캠프 당일에는 피곤하고 어색해서 점심 식사 후 차를 돌려 집에 갔으면 하는 집돌이의 마음이 튀어나오긴 했었다. 하지만 행사장에 도착해보니 집행부의 노고와 배려가 눈에 띄었다. 소속감을 느끼게 해주는 단체 티, 어색함을 줄이기 위한 레크리에이션 활동이 있었다. 무엇보다도 보는 것만으로도 힐링이 되는 캠핑장의 모습에 반해 올해 새 차를 산 결정 다음으로 여기 참가하기를 잘한 일이라고 생각했다.
캠핑장으로 이동 후 진행한 ‘숨겨진 코인 찾기’는 참가자들의 능동적인 행동을 끌어내기에 안성맞춤이었고, 다양한 프로그램이 있어 지루할 틈이 없었다.
분위기에 취해서일까. 코발트빛으로 물든 하늘 탓일까. 아니면 좋아하는 사람의 얼굴이 생각나던 보름달 때문일까. 술은 조금 마신듯한데 흥이 너무 오르는 저녁이었다. 밤이 찾아오자 우리는 잔디밭에 모여 DJ분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조용한 밤, 귀뚜라미 소리와 노래는 우리의 마음을 어루만져주었고, 비록 별은 보이지 않았지만 모든 조명이 꺼지자 잔디밭에 누워 바라본 밤하늘은 초등학교 2학년 때 아버지와 함께 바라본, 유성우가 쏟아지던 그 날 밤보다도 아름다웠다.
노조라고 하면 언론에서 볼 수 있었던 거칠고 불평만 가득한 이미지가 떠올랐는데, 이번 캠핑으로 다시금 생각하게 되었다. 우리가 제 목소리를 내어 우리의 권리를 찾는 것에 점점 관심이 없어지는 요즘, 청년위원회에서 청년 조합원들의 마음을 다독여주고 자연스레 노조에 관심을 끌게 하는 행사를 준비해줘서 고마웠다. 이런 불멍(힐링)캠핑 같은 활동이 많아져 지친 우리 청년 조합원들에게 힘이 되면 좋겠다. 동시에 청년 조합원들도 노동조합을 위해 조금만 더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이번 행사를 준비한 경기본부 동지들에게 큰 감사를 드리며, 우리가 모두 행복한 삶을 살아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