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의 종말'이라는 화두, 그래도 미래는 우리가 결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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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조합 활동을 하고 있는 활동가들에게 ‘노동의 종말’은 매우 도발적인 제목이다. 노동이 없으면 노동자도 없어지고 노동자의 단체인 노동조합도 당연히 소멸하겠지. 노동조합을 떠나 노동의 종말이 우리 인류에게 행운을 가져올까 아니면 불행을 가져올까.

▲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 제러미 리프킨의 '노동의 종말'

막내딸의 부탁으로 학원교재를 사러 서점에 들렀다가 ‘노동의 종말’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어 대충 훑어보다 흥미로워 바로 구매했다. ‘유러피안 드림’으로 21세기 새로운 비전을 제시해 명성이 널리 알려진 미래학자 ‘제러미 리프킨’의 책이다. 저자는 가장 이상적인 사회를 기계는 일하고 인간은 여가를 누리는 것이라고 한다. ‘자본을 넘어, 노동을 넘어’의 저자 강수돌은 하루 24시간 중 4시간은 노동하고 4시간은 휴식을 취하고 8시간은 여가생활을 하고 8시간은 취침하는 삶을 구체적인 생활방식으로 제시했다. 정말 꿈같은 삶이다. 
그러나 현실을 돌아보면 마냥 반가워만 할 일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18세기 산업혁명이 일어나 기계문명이 발전하자 당시 기계에 밀려 일자리를 잃어버리게 된 노동자들은 기계를 부숴버리는 러다이트(ludite) 운동을 전개했다. 이 책에서도 미국 남부 흑인들의 예를 들었다. 19세기 남부 농장주들이 목화를 따는 트렉터를 도입하면서 흑인 노동자들은 일자리를 잃었다. 이들은 북부 시카고 자동차 공장으로 갔지만, 컨베이어벨트를 사용해 자동차를 생산하고 있어 단순노동은 필요 없었고, 자동차 부대산업의 일자리도 백인 고학력자가 이미 점유하고 있어 흑인들은 노동에서 밀려났다.
이제는 AI(인공지능)시대까지 도래했다. 몇 년 전 인공지능을 가진 컴퓨터가 인류가 만든 게임 중 가장 복잡하다는 바둑마저 신의 경지에 이른 이세돌 9단을 이겼다. 회계, 법률서비스뿐 아니라 글쓰기, 작곡 등 창작에 이르기까지 인공지능을 가진 기계가 인간보다 더 낫다고 한다. 인간이 설 자리가 점점 사라진다. 기계가 인간을 대체하게 되고 그 메커니즘을 조종하는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생산된 부가 편중된다. 일자리를 잃어버린 인간들은 쓸모없게 될지도 모른다.
그렇다고 인류가 쌓아온 지성이 내버려두진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사회가 되지 않도록 해법을 제시한다. 새로운 사회계약이 필요하다. 시장 거대자본을 무기로 국가를 넘나드는 다국적 최첨단기업의 힘을 국가가 억제하는 데 한계가 있다. 기존의 국가, 시장, 기업부분의 형평성이 기울어졌을 때 정책적으로 NGO같은 공동체에 기반을 둔 제3의 부문을 확장시켜 균형추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는 ‘노동의 종말’이 문명화에 사형선고인가 새로운 사회 변혁과 인간 정신의 재탄생의 신호탄인가에 대한 물음을 던지지만 미래는 우리의 손에 달려 있다고 결론을 내고 있다. 결국 우리의 운명은 우리가 결정한다는 매우 단순한 진리에 충실해야 한다. 노동조합 활동가들이 현장에서 해결하기 힘든 문제에 봉착하지만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하는가가 우리의 미래가 된다는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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