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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방역은 뒷전, 국방비는 역대 최고

기사승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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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도 예산이 2일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정부안보다 2조 2천억원 늘어난 558조원 규모로 편성됐다. 국회에서 통과된 내년도 예산안은 8일 임시 국무회의에서 최종 의결되었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심상치 않다. 정부는 6일 오후 코로나19 확산세가 본격적인 ‘3차 대유행’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판단하고, “3단계 전 최후의 보루”라고 하면서 ‘거리두기’를 수도권 2.5단계, 비수도권 2단계로 격상한다고 발표했다. 

이런 위기 상황에서 공공병원 확충이 얼마나 중요한가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한국의 공공병상 비율은 지난해 기준으로 8.9%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70% 이상에 턱없이 못 미친다. 인구 1000명 당 공공병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3.0개이나, 한국은 1.3개로 최하위권이다. 전체 병상 수는 많지만 공공병상이 부족해서 다급한 위기 상황이 닥치면 민간병원에 손을 벌려 병상을 확보하는 식의 임시방편으로 감염병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버티는 형편이다. 

그런데 내년도 예산에서 공공의료 관련 예산은 오히려 2020년 대비 감액되었으며, 지방의료원과 적십자병원 기능 강화에 쓰일 지역거점병원 공공성 강화 예산도 지난해에 비해 크게 삭감되었다. 내년 예산에서 공공병상 확충 예산은 고작 15억원이 전부다. 공공병상 확충 ‘0원’ 예산안을 내놓은 정부여당에 대한 규탄 여론이 비등하자 생색내기로 편성한 셈이다. 

공공병상의 수를 늘려야 한다. 현재 공공의료기관 급성기병상은 약 4만6천개 정도이다. 인구 1000명 당 공공병상의 수를 2.0개 수준으로 개선하려면 약 4만 병상의 신설 확충이 필요하다. 정부가 연간 2조 6천억원, 5년 만 투자하면 된다. 이처럼 꼭 필요한 예산을 책정하라고 지난 4‧15총선에서 여당에게 180석 의석을 만들어줬다. 하지만 공공병상 예산은 고작 15억원. 병상 증축도 아니라 증축 ‘설계’ 예산이다. 

정부의 방역 대책이란 오로지 사회적 거리두기 단계 상향과 시민들의 개인 방역수칙 준수 의무 호소에 의존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니다. 방역지침 위반자에 대한 비난과 처벌, 노동자와 자영업자 등 서민들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의 위기 모면책으로는 코로나19 장기화에 대처할 수 없다. 사회적 거리두기 지속을 위한 상병수당과 긴급재난지원 등 사회안전망 강화는 하지 않고 공공병원 확충도 하지 않으면서 책임을 시민 개개인에 떠넘기려고 해선 안 된다. 

   
▲ 2021년 국방예산이 52.9조원으로 편성됐다.

예산 편성 중에 유독 눈에 띄는 예산이 있다. 바로 국방예산이다. 2021년 국방예산은 전년 대비 5.4% 증가한 52조 8,401억원이 책정됐다. 코로나19도 없었고 남북군사합의도 없었던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평균 국방비보다 1.5배나 많은 역대 최대 규모다. 

국방예산은 2011년부터 최근 10년 간 20조 이상 늘어났는데,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연평균 7%씩 증가해 4년 동안 10조원이 증액되었다. 스톡홀름 국제평화연구소의 자료에 따르면, 2019년 한국의 1인당 국방비 부담액은 880달러로, 프랑스, 독일, 러시아, 중국을 훨씬 뛰어넘었다. 2020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방비 비율은 세계 5위를 기록했다. 문재인 정부는 지난 8월에 ‘2021~2025 국방중기계획’을 통해 향후 5년간 국방비로 301조를 투입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문재인 정부는 민생 지원에는 예산부족을 핑계대면서도 국방예산 대폭 인상은 당연하다는 태도다. 문재인 대통령은 2021년도 예산안 제출 시정연설에서 “강한 안보가 평화의 기반이 된다는 것은 변함없는 정부의 철학”이라고 역설했다. 하지만 세계 여러 나라들이 코로나19 여파로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해 국방예산을 축소하고 민생예산 확충으로 전환하고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지난 4월 부활절에 코로나19로 텅 빈 바티칸 광장에서 “전쟁은 더 이상 안 됩니다. 무기 생산과 거래를 중단해야 합니다. 지금은 총이 아니라 빵이 필요한 시기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전한 바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초유의 재난 위기를 겪고 있는 상황에서 53조원의 예산을 군사비로 쓰는 것은 매우 잘못됐다. 더구나 역대 최대의 국방예산은 단계적 군축을 실현하기로 약속한 ‘판문점 선언’의 위반이며, 가뜩이나 얼어붙은 남북관계를 더욱 악화시킬 따름이다. 

미국을 보자. 작금에 미국은 코로나19 사태로 세계 최악의 대참사를 겪고 있다. 미국의 코로나19 사망자 수가 287,800명(6일 10시 기준)이다. 미국이 최근에 치른 ‘5대 전쟁’에서 발생한 전사자를 전부 합친 수의 두 배를 훌쩍 뛰어넘는다. 미국 의회조사국(CRS)에 따르면, 5대 전쟁 참전 중 사망한 미국인은 베트남전 47,434명, 한국전쟁 33,739명, 이라크전 3,519명, 아프가니스탄전 1,909명, 걸프전 148명이다. 

미국은 1,000조원의 국방비를 쓰는 나라, ‘천조국(千兆國)’이라고 불린다. 올해 미국 국방예산은 7,380억달러(814조원)다. 후순위 10개국 국방비 총합보다도 많다. 하지만 이렇게 천문학적인 군사비를 쏟아 부으면 뭐하나? 자국민의 생명과 안전도 제대로 지키지 못하는데.

미국을 타산지석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하지만 2021년도 정부 예산은 방역은 뒷전이고 국방비만 역대 최고다. 예산안에는 정부의 철학이 반영돼 있다. 문재인 정부는 입만 열면 K-방역에 대한 자화자찬을 늘어놓기 일쑤지만 정작 예산 책정은 뒷전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재난에도 불구하고 국방비는 거침없이 늘린다. 53조원의 국방예산 중 무기 획득 등 전력 증강을 위한 방위력개선비가 17조원이다. 무기 구입을 코로나19 방역보다 우선순위로 여기는 것이 문재인 정부의 철학인가.

이의엽 민중교육연구소 소장 reporter_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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