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하드린다. 대상의 영예, 수상소감은?
대상이라는 소식에 하루 종일 ‘내가 대상이라니…’ 하는 말만 맴돌았다. 믿기지 않았던 거다. 사실 오랫동안 시를 짝사랑해 왔다. 틈 이 시를 읽고 습작을 해 온 결실이라 무척 영예롭다. 특히 공무원노조에서 주최한 문학상에서 권위 있는 한국작가회의의 좋은 평가를 받으니 몸 둘 바를 모르겠다.
시 ‘우시장’의 탄생 배경이 있을까?
사실 운이 좋았다. 시에 나오는 가난한 화가는 소 그림으로 유명한 이중섭 화백인데, 시를 처음 쓰기 시작할 때가 이중섭 화백의 소 그림이 경매에서 최고가를 경신했을 때였다. 마침 그 시기가 공무원 성과급이 발표되던 시기와도 맞물렸다. 그림에 매겨지는 금액, 공무원에게 매겨지던 등급…. 그것들로 머리가 가득차 있을 때 마침 독산동 우시장에서 직원들과 회식을 했는데 시상이 떠올랐던 거다. 이미 3~4년 전에 끄적였다가 미완의 시로 남겨진 것을 이번에 손을 봐서 빛을 보게 됐다.
공무원노조와의 특별한 인연이 있다면?
공직생활이 올해로 31년, 1년 6개월 후 퇴직을 앞두고 있다. 노조 담당을 하면서 많이 소통했고, 지금은 금천구지부 선거관리위원장을 맡았다. 후배들이 함께하자는 일에는 마다할 이유가 없어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이번에 ‘우시장’ 외에 ‘풀은 물을 기억한다’라는 시도 냈는데, 그 시는 공무원 해직자의 원직복직을 기원하면서 쓴 시였다. 사실 그 시가 될 줄 알았는데 의외였다. (웃음)
시를 왜 쓰는지, 앞으로 어떤 계획이 있는지…
소설가는 머리가 좋아야 하지만 시인은 가슴이 따뜻해야 한다고 했다. 나는 가슴이 따뜻해서 시를 쓰고, 더 따뜻해지고 싶어서 시 쓰기를 놓지 않을 것이다. 사실 시상식에서 시 낭송을 하는데 많이 떨렸다. 떨림이 있다는 것은 심장이 뛰고 있다는 좋은 징조 아닌가. 지금까지 조금씩 써 놓은 미완의 시가 100편 정도 되는데, 내년 초에는 60편 정도를 잘 정리해서 내 인생 첫 시집을 발간할 계획이다.
상금은 어떻게 쓰고 싶은지…
같은 부서에서 고생하고 있는 직원들과 일단 식사를 해야겠다. 장 애인단체에 일부 기부를 했고, 사회복지과 통해 매년 하던 기부를 올해는 조금 더 기부했다. 조금씩이지만 의미 있는 곳에 쓰고 싶다. 이런 좋은 기회를 준 공무원노조에도 뭔가 보탬이 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 중이다.
선배로서 후배 공무원들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어렵게 들어온 공직사회가 생각했던 공간이 아니라 포기하는 후배들을 종종 볼 때마다 아쉬움이 크다. 어느 곳이나 힘들지 않은 노동 현장은 없다. 쉽게 포기하지 말라고 꼭 말해 주고 싶다. 무모하게 들리겠지만, 죽은 나무에 계속 물을 줬더니 꽃을 피웠다는 말도 있지 않은가. 끈기 있게 자신을 믿고 살아갔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