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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무원노조 만나 참 삶이 무엇인지 알았다!

기사승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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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과 사람] 심재순 사무차장(전남본부 순천시지부)

청정지역이던 전남 순천도 코로나19 2단계가 시행되면서 인적이 한산했다. 올해를 끝으로 공무원노조를 정년퇴직하는 순천시지부 상근활동가 심재순 씨와의 인터뷰는 코로나로부터 안전을 고려하여  순천의 외곽지역인 낙안민속마을 부근에서 진행됐다. 올해 환갑을 맞은 그녀는 여전히 소녀 미소를 지닌 채 들국화 같은 향기를 내고 있었다. 그녀의 20년 공무원노조와의 인연을 들여다봤다.

   
▲ 2008년 5월 연금개악저지 결의대회에 참여해 활짝 웃고 있는 심재순

심재순은 1960년생, 올해로 환갑을 맞았다.
2001년 4월부터 순천시공무원직장협의회에서 일하게 된 인연이 오늘까지 왔다. 정확히 19년 9개월이다.
마흔 두 살, 두 아들의 엄마였던 그녀의 활동 계기는 너무나 우연처럼 다가왔다. 2001년 그녀는 도로공사에서 톨게이트 요금 수납업무를 하며, 방송통신대학에서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있던 늦깎이 대학생이었다. 유치원교사가 꿈이었던 그녀에게 유치원정교사 자격증과 보육교사자격증 취득을 위한 유치원 및 어린이집 실습이수가 필수였다. 하지만 지금 직장은 2개월의 실습기간을 배려해 주지 않았다. 그러던 차에 우연히 순천시청 홈페이지를 통해 “공무원직장협의회 여직원 모집공고”를 보게 된 그녀는 직협에 전화를 걸어 자신의 사정을 얘기하고 2개월의 실습기간을 배려해 줄 수 있는지 확인했다. 인연이 되려는지 직협에서도 “그러겠다”고 했다. 

   
▲ 양로원 봉사중인 젊은 심재순, 이제 곧 그녀는 전국 상근활동가 정년퇴직 1호가 된다.

2002년 3월 23일 공무원노조가 출범하면서 조합중앙에서 현장에 배포했던 포스터 한 장이 그녀의 가슴을 ‘쿵’ 내리쳤다. ‘본때를 보여주마!’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보는 순간 가슴이 두근거렸다. 공직사회개혁, 부정부패척결을 내걸고 탄생한 공무원노조가 잘 되면 국민들 사는 게 얼마나 좋아질까 생각하니 저절로 신이 났고, 공무원노조에서 최선을 다해 일하고 싶어졌다. 액셀, 한글 등 컴퓨터 자격증도 여러 개 갖고 있어 실무는 큰 어려움이 없었다. 공무원노조 초창기, 유치원 교사를 준비하던 그녀에게 대자보 쓰기나 홍보물 만들기는 즐거운 일거리였다. 그래서 그녀는 집회가 있을 때 전남본부의 선전물도 도맡아 만들기도 했던 자타공인 선전홍보 실력자였다.

   
▲ 심재순과 20년간 고락을 함께 한 동지들. 이영희 순천시지부장(좌), 이해준 전남본부장

2006년 9월 22일 사무실 폐쇄를 겪고 순천시청 앞마당에서 천막생활을 하던 6개월 남짓한 날들이 그녀에게는 아직도 어제 같다. 함께 천막을 지키며 동지애로 울고 웃으며 독수리7형제라 불리던 7명의 해직동지들(김성일, 김종환, 이경탁, 이영오, 이영희, 이해준, 최병래)을 생각하면 지금도 눈시울이 뜨거워진다. 총무과에서 기간제 자리를 알아봐주겠다고 여러 번 회유를 했지만 번번이 거절했다. 자신까지 빠지면 7명의 복직은 요원할 것만 같았다. ‘일단 복직을 시켜야 한다’가 당시 그녀의 단 하나의 목표였다. 다행히 모두 복직을 했고 복수노조도 해소됐고, 지부활동 또한 정상화됐다. 퇴직을 앞두고 그녀는 생각한다. ‘힘들었지만 함께 자리를 지켜오길 참 잘했다’라고....

그러던 그녀에게 시련이 찾아왔다. 2013년 어느 날 갑자기 눈이 잘 보이지 않았다. 안과치료를 받고 약을 먹어도 소용이 없었다. 인터넷 검색으로 그녀의 병이 안과질환에 있지 않을 것이라는 정보를 얻고 곧바로 MRI를 예약했다. 뇌종양 진단. 청천벽력 같았다.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있을 때 큰 아들이 말을 많이 해야 회복이 빠르다며 하루에 한 권씩 책을 읽게 하며 곁을 지켜줬다. 다행이 많이 좋아졌다. 지금도 큰 아들에게는 무조건 마음을 내어주게 된 이유다. 

두 아들을 위해 열심히 일했고, 노관규 같은 모진 시장을 만나 맘 고생하는 운영위원들과 지부를 다시 일으켜보기 위해 앞만 보고 뛰었고, 이제 한시름 놓나 했더니 홀아버지 돌봄도 도맡았다. 그러다보니 자신을 위해서 살아본 적이 없다. 퇴직 후에 자신을 위해 뭘 하고 싶은지 생각도 못했다. 하지만 서두르지 않을 거다. 일단 조금 쉬면서 남은 인생은 심재순답게 한번 살아보겠다던 그녀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독거노인들을 위해 보탬이 될 수 있는 일을 하면서 보람있게 살고 싶다고 다짐한다. 사실 공무원노조를 몰랐다면 사회에 관심도 없이 살았을 거라면서 공무원노조 상근활동가로 정년퇴직하는 만큼 노조에서 체득한 사회적 약자와 더불어 살아가기를 실천해 가고 싶다.

   
▲ 허석 순천시장이 심재순 사무차장의 정년퇴임을 축하하고 있다.

심재순은 시청 앞 천막에서 17일 단식을 의연히 해내던 이경탁 전 지부장(2013년 명예퇴직)이 지금도 그립다. 공무원노조 1기 통일선봉대 대장으로 활동한 이 동지 덕에 통선대 활동도 신나게 해 봤다. 천막에서 순천시지부 정상화를 함께 약속했던 동지들이 지금도 지부 활동의 주축이 되어주니 이 또한 고마운 일이다. 추운 겨울 아침 출근선전을 하고 있으면 어김없이 따뜻한 차를 내어오던 조합원들의 소중한 마음이 언제나 그녀를 가슴 뛰게 했으니, 이만하면 20년 세월, 잘 살아 왔다. 

잠시 들른 곳이 평생의 일터가 되어 그녀의 가치관과 심성을 키웠다.
마흔의 젊음은 사라졌지만 20년 세월 동안 심재순은 단단해지고 더 여물어졌다.
공무원노조를 만나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를 알게 됐다는 심재순, 흔들림 없이 순천시지부를 지켜온 스무 해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내며, 새롭게 열릴 인생2막을 14만 조합원의 마음을 모아 응원한다. 
덕분입니다. 고맙습니다.

오경희 기자 reporter_oh@naver.com

<저작권자 © 공무원U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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