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원문화 개선 기획 시리즈 ②

악성민원 예방… 공무원노조가 나서 안전한 일터로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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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전법원 민원실에 설치된 화상카메라/ 부천시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 중인 청원경찰
▲ 대전법원 민원실에 설치된 화상카메라/ 부천시 행정복지센터에서 근무 중인 청원경찰

악성민원 발생 건수가 한 해에 4만여 건에 달할 만큼 수많은 공무원노동자가 악성민원의 늪에 빠져있다. 악성민원인에게 목숨을 잃거나 폭행당한 공무원, 악성민원에 의한 고통으로 스스로 목숨을 끊은 공무원도 있다. 공무원노동자의 자존감을 무너뜨리고 생명까지 위협하는 악성민원은 공무원노조가 앞장 서 해결해야 할 절대과제다.

공무원노조는 2018년 설립신고 이후 대정부교섭 대표노조로서 정부와 공무원노동자의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해 다양한 교섭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정부에 강력한 악성민원 근절 대책을 마련할 것을 꾸준히 요구했다.

공무원노조는 지부 단체교섭 표준안에 악성민원에 대응하고 조합원을 보호하기 위한 조항을 넣었다. 각 지부는 교섭을 통해 기관과 지자체에 욕설과 인격모독, 상습 반복민원 등 악성민원으로부터 직원을 보호하고 대응하기 위한 방안 마련과 민원실 청원경찰 배치, 안전 부스와 통화 녹음 전화기 설치 등을 요구했다. 또한 악성민원 피해자 발생시 심리치료와 휴가 지원 등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고 촉구했다.

공무원노조의 이러한 노력 끝에 행정안전부는 지난해 3월 ‘2020년도 민원행정 및 제도개선 기본지침’을 각 기관에 시달했다. 지침에서는 각 지자체가 민원실을 안전한 근무환경으로 만들기 위해 CCTV와 비상벨, 녹음 전화 등은 2020년 상반기까지 전 기관에 설치하고, 청원경찰과 방호원 등의 안전요원은 2021년까지 전 기관 배치를 추진할 것을 명시하고 있다.

경기 과천시는 과천시지부의 요구로 지난해 8월부터 통화 자동녹음 전화기가 지급되었고, 현재 직원 중 절반 가까이가 사용하고 있다. 악성민원 예방에는 자동녹음 전화기가 수동녹음 전화기보다 더 효과적이다. 법원본부 대전지부는 단체교섭을 통해 지난해 7월 고등법원 민원실에 화상카메라를 설치했다. 화상카메라의 자료는 악성민원 관련 중요한 증거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 음성과 영상이 동시에 기록되기 때문에 악성민원이 발생했을 때의 상황을 정확하게 보여줄 수 있다. 조합원들은 설치된 화상카메라가 악성민원 예방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하고 있다.이후 실제로 현장에 안전요원과 통화 자동 녹음 전화기가 비치되고 있는 곳이 확산되고 있다. 경기 부천시에는 행정복지센터에 청원경찰, 주민자치센터에는 보안요원이 1명씩 배치되었다. 과천, 시흥, 이천, 오산 등에서도 청원경찰이 배치되거나 배치가 진행 중이다. 강원 원주시는 읍면동센터까지 안전요원을 배치하기로 시 집행부와 협약을 맺고 채용 절차가 진행 중이다. 전남 진도군에서도 청원경찰을 배치하기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실제 민원실에 청원경찰을 배치 한 곳은 악성민원이 현저히 줄어들고 있다.

인터뷰에 응한 지부장들은 이구동성으로 악성민원은 대응책보다 예방책이 중요하며 가해자를 엄벌에 처해야 한다고 답했다. 전남 진도군지부 임성대 지부장은 “악성민원이 발생하면 노동조합이 단호하게 대처해 가해자는 반드시 법의 처벌을 받는다는 본보기를 보여줘야 한다. 또한 주변 동료가 악성민원 피해를 보면 옆에서 사진을 찍고 녹음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면서 “악성민원이 발생하면 간부들이 직원 대신 민원인 편을 든다. 이러니 민원인들이 공무원에게 소리치면 된다고 생각한다. 오랜 기간 동안 왜곡되어 구조화 된 악성민원 문화를 우리 손으로 바꿔보자”고 말했다.

한편, 막말과 폭언, 협박 등 악성민원에 고통 받다가 지난 1월 한강에 투신한 서울 강동구지부 조합원이 두 달 만인 지난 3일 발견되어 장례를 치렀다. 고인은 불법 주·정차 과태료 이의신청 관련 민원을 1년 동안 6천 건, 하루 평균 25건 넘게 담당했고, 가족과 주변에 민원 관련 고충을 여러 차례 호소했다고 전해진다.

공무원노조 전호일 위원장은 강동구청 앞뜰에 마련된 고인의 분향소와 구미 장례식장에 마련된 빈소를 조문하고 “다시는 이런 비극적인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달라”고 호소하는 유가족에게 “청년공무원들이 꿈을 접지 않도록 반드시 악성민원을 근절하겠다”고 약속했다.

▲ 광주광역시 청사에 게시된 추모 현수막
▲ 광주광역시 청사에 게시된 추모 현수막

한편 공무원노조는 3월 말일까지 고인을 추모하고 악성민원 피해 재발 방지를 촉구하며 전 지부 공동행동에 나섰다. 전국 지자체 민원실과 민원대응 부서에 민원문화 개선 포스터를 부착하고, 14만 조합원은 추모 리본을 패용하고 근무하며, 전 지부는 관련 현수막을 게시한다.

악성민원이 조합원의 안전을 넘어 생명까지 위협하고 있다. 막말과 폭력은 민원이 아니라 범죄행위라는 국민적 공감대 형성을 위해 공무원노조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차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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