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사람] 김승수 사무국장 (전남본부 진도군지부)

“우보천리(牛步千里) 믿음으로 조합원과 소통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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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꽃이 흐드러지게 핀 4월, 꽃보다 아름다운 ‘열정맨’을 만나러 전남 진도로 향했다. 젊음에 열정이 더해지면 어떤 모습일까? 설레는 마음으로 찾은 사람은 전남본부 진도군지부 김승수 사무국장이다. 

▲ 진도군지부 김승수 사무국장
▲ 진도군지부 김승수 사무국장

그는 2015년 입직한 6년 차 공무원이자, 서른셋 청년간부다. 
대학시절 중앙부처에서 한 달 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공무원이라는 직업에 매력을 느껴 공무원이 됐다. 처음에는 안정적이고 편한 직장이라 생각했지만, 입직 후 느낀 공직사회는 완전 달랐다. ‘공휴일에 일해서 공무원’이라는 선배들의 우스갯소리가 현실이었고, 행정직 공무원이라 매일 문서로 일을 하니 업무 속에서 느끼는 보람도 크지 않았다. 

급여가 밀리지 않고 나오고,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장이라는 것이 공무원으로서 느끼는 장점이었다. 반면 불편함은 생각보다 컸다. 코로나19 지침 하나에 공무원의 사적모임 금지와 복무통제가 뒤따랐고, 처음 보는 민원인들에게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애써 감수할 수밖에 없었다. 

▲ 김 사무국장이 천막농성장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 김 사무국장이 천막농성장 앞에서 1인시위를 하고 있다.

‘그저 무난하게’ 살던 그의 인생의 전환점(Tunning point)은 역시 노조와의 인연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진도군지부가 출범하고 2019년 진도군의 성실교섭 이행을 촉구하는 천막농성을 진행할 때 그는 ‘나의 권리를 위해 대신 싸워주는’ 지부 간부들이 마음에 걸려 빵을 사 들고 찾아갔다. 당연히 모두가 그 정도는 하는 줄 알았는데, 그런 조합원이 별로 없던 시절이라 ‘참 독특한’ 조합원으로 각인됐단다. 그게 노조와의 첫 만남이었다. 

그해 11월, 지부 간부들과 식당에서 우연히 합석하게 된 그는 평소 알고 지내던 지부 총무부장이 “노조 부장(운영위원) 한번 해 볼래?” 하는 말에 주저없이 그러겠노라 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했고, 일단 걱정보다는 부딪쳐보는 평소 성향대로 답한 것. 다음날 지부 사무실에 들렀더니, “술 먹고 한 약속은 안 믿는다”던 임성대 지부장이 갑자기 ‘부장 말고 사무국장’을 제의했고, 그는 별 고민없이 수락했다. 그가 ‘어쩌다 사무국장’이 됐다고 말하는 데는 이런 아주 자연스러운(?) 과정이 있었다. 

생각보다 사무국장은 그에게 ‘잘 맞는 옷’이었다. 추진력 있는 지부장과 일 잘하는 사무차장이 든든하게 받쳐주고 있어 일이 어렵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었다. 그가 노조에 가입할 때와 비슷한 무게였다니 그는 어쩜 노조 간부가 체질이었는지 모르겠다. 고교 시절 전교 부회장을, 대학 시절에는 동아리연합회장을 맡았을 때도 그랬다. 미리 재단하고 계산할 시간에 일단 부딪쳐보는 것, 그게 김승수의 스타일이었다. 

▲ 지부 운영위원들이 진도군의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군청 앞마당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 지부 운영위원들이 진도군의 성실교섭을 요구하며 군청 앞마당에서 피켓시위를 하고 있다.

2020년 1월 1일, 임기를 시작해 지부 사무국장으로 1년 4개월을 보낸 지금, 그에게 지부활동은 많은 것을 남겼다. 노조를 통해 삶의 방향이 바뀌고 많은 조합원 앞에 서면서 생각의 깊이와 사회를 보는 안목도 넓어졌다. 해야 할 일에는 반드시 주체적으로 움직였고, 특히 부당한 일에는 망설이지 않고 해결방안을 찾았다. 그 속에서 노조 사무국장이 아니었다면 6년 차 청년공무원으로서 겪지 못했을 여러 일을 해내면서 조직의 힘도 확인했다. 직장문화 개선 캠페인으로 명절 떡값 근절과 갑질 문화 개선을 위한 활동의 주체가 됐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진도로 진입하는 차량에 대한 발열검사를 위해 군에서 조합원을 강제 동원하려 할 때도 노조와 사전 협의 없는 일방적인 조치에 제동을 걸었다. 또한 현장에 파견된 조합원에게 충분한 휴식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했다. 이렇게 할 수 있는 힘의 원천은 역시 조합원의 관심이었다. 긍정과 부정의 시선에 상관없이 조합원들이 보내는 ‘작은 반응’은 그에게 언제나 새로운 용기가 되고 있다. 

▲ 지부는 진도군과 실무교섭 93일, 천막농성 9일만에 본교섭을 체결했다.
▲ 지부는 진도군과 실무교섭 93일, 천막농성 9일만에 본교섭을 체결했다.

2020년 최대 이슈는 진도군과의 단체교섭이었다. 실무교섭 대표로 3회 정도 교섭에 참여했고 교섭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많은 고민과 토론을 했다. 실무교섭 이후 본교섭을 진행하기로 했는데, 90여 일 동안 차일피일 미루고 있는 진도군의 행태에 더 이상 참을 수 없어 군청 앞마당에 천막을 쳤다. 노조가 출범한 지 4년 차가 되었지만, 진도군은 사안별로 노조와 협의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통보하는 경우가 많았다. 50여 건의 공문을 보냈지만 돌아온 답변은 겨우 4건에 불과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노조가 천막을 치고 성실교섭을 촉구하고 나서자 진도군은 실무교섭 93일, 천막농성 9일 만에 본교섭에 나왔다.  

그의 요즘 최대 고민은 청년사업이다. 청년조합원들이 개인적으로 힘들다고 푸념만 하지 말고, 구체적으로 무엇이 힘들고, 무엇이 문제인지 함께 편하게 소통하고 싶단다. 그는 제주4·3항쟁과 5·18광주민중항쟁, 여순항쟁 등 역사기행(다크투어)을 통해 청년조합원들과 소통하는 계기도 꼭 마련해 갈 거라는 작은 바람도 잊지 않았다. 

그의 좌우명은 ‘우보천리(牛步千里)’다. 느리지만 한 발 한 발 함께 나아간다면 반드시 좀 더 나은 세상이 올 거라 믿기 때문이다. ‘빛과 소금처럼 세상에 꼭 필요한 사람’으로 살라던 어머니의 가르침 또한 그가 살아가는 힘이다. 대단한 포부가 있어 시작한 활동은 아니었지만, 공무원노조 속에서 배운 삶은 그에게 대단한 것이 되었다. ‘긍정의 힘’으로 진도군지부의 ‘열일하는 간부’가 된 그가 앞으로 더 크고 넓게 성장하기를 기대하고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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