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동맹의 손익계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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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의 위협에 공동으로 대처한다는 인식 아래 체결되는 동맹은 반드시 국력이 비슷한 국가끼리만 체결되는 것이 아니다. 국력 차이가 나는 국가 간에도 체결된다. 이런 경우를 비대칭적 동맹이라고 한다. 비대칭적 동맹에서 강대국은 약소국에게 안보를 제공해 주지만 약소국은 그 대가로 자주권의 일정 부분을 강대국에게 이양하게 된다. 이런 비대칭적 동맹에서 약소국은 강대국의 요구에 연루되거나 또 강대국으로부터 방기되지 않을까 우려하게 된다. 이른바 연루 (entrapment)와 방기(abandonment)의 공포라는 것이다. 

연루의 위험이란 동맹국을 돕기 위해 원치 않는 분쟁에 휘말리는 경우이고, 방기의 위험이란 동맹을 맺지 않으면 도움이 절실할 때 방치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을 말한다. 약소국이 자주권을 지키려고 하면 강대국으로부터 방기될 위험에 처하게 되고, 방기되지 않으려고 매달리다 보면 연루될 수밖에 없게 되는 딜레마에 빠진다는 것이다. 
한미동맹은 비대칭적 동맹이며, 한미동맹에서도 연루와 방기의 딜레마는 피할 수 없다. 한국은 미국으로부터 안보를 지원받는 대신에 전시작전지휘권(이하 전작권)을 미국에 이양하여 군사주권이 없다. 그래서 대한민국은 지구상에서 군사주권을 타국에 이양한 단 두 나라 중의 한 나라라는 수치를 안고 있다. (한국 외에 군사주권이 없는 다른 한 나라는 히말라야의 소국 부탄으로, 부탄은 군사권과 외교권을 인도가 갖고 있다) 그래서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온전한 자주국가로서 인정받지 못한다. 한반도의 남쪽에 사는 우리가 잘 모르고 있어서 그렇지, 그게 국제정치의 부정할 수 없는 엄연한 현실이다. 

▲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5월 21일, 문재인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에서 공동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문제는 작금의 상황이다. 우리는 군사적으로 미국과 한미동맹을 유지하고 있지만, 경제적으로 가장 큰 교역 상대국은 미국이 아닌 중국이다. 2003년 이후 중국은 우리나라의 최대 교역국이며, 한국의 총 교역액의 4분의 1을 차지하는 한중 교역액은 한미 교역액의 2배가 넘는다. 주지하듯이 미-중 두 나라는 세계 양강(G2)으로 불리면서 국제사회에서 각축을 벌이며 경쟁하고 있으며, 우리는 두 나라와 떼려야 뗄 수 없을 만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 미-중 두 나라의 갈등과 대립이 격화될수록 우리는 선택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다. 

최근의 예로는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시스템) 배치 문제가 대표적이다. 사드는 높은 곳에서 떨어지는 미사일을 탐지하고 격추하는 무기 체계인데, 이 무기는 북의 미사일에 대비하기 위한 용도가 아니다. 북측에서 남측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한다고 해도 사드의 탐지거리가 될 만큼 높이 올라가지 않는다. 사드는 미국이 중국을 겨냥하여 우리나라에 배치하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 정부는 중국과의 관계를 의식하여 사드 도입에 소극적이었다. 하지만 미국은 사드 배치를 강하게 밀어붙였고, 박근혜 정부 말기에 기어이 경북 성주에 사드를 반입하기에 이른다. 중국은 이에 대해 경제보복으로 대응했고, 우리가 입은 피해가 2016~18년까지 16조원이 넘는다. 단지 경제적인 손익계산의 차원을 넘어 이제 한미동맹의 실익에 대하여 냉정하게 따져봐야 할 때다. 미-중 간의 대립과 갈등이 심각한 국면으로 전개될 경우에 우리나라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가에 대하여 진지하게 검토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최근 미-중 간의 충돌은 교역 갈등을 뛰어넘어 대만해협과 남중국해 등에서 군사적 대결의 양상으로 번지는 형국이다. 자칫 군사적 충돌이 벌어질 수도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을 배제할 수 없다. 

미국의 인도-태평양사령부는 서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남중국해에서 중국을 견제하면서 끊임없이 미-중 갈등을 고조시키고 있다. 최근 가장 긴장이 높아지는 지역이 대만해협이다.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해 1979년 1월 미-중 수교 당시에 합의했던 ‘하나의 중국 원칙’을 어기면서 대만 문제에 개입함으로써 대만해협에서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이란 중국 대륙과 홍콩, 마카오, 타이완은 나뉠 수 없는 하나이고 따라서 합법적인 중국의 정부는 오직 하나라는 원칙을 말한다. 중국과 수교한 미국, 대한민국 등의 국가들은 하나의 중국 원칙과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이며 타이완은 중국의 영토라는 주장을 인정하고 외교관계를 맺으며 타이완과는 공식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있다. 

대만 문제를 포함하여 한반도 외의 지역에서 분쟁이 발생할 때 한미동맹, 보다 구체적으로 말하면 주한미군의 역할을 어떻게 할 것인지는 미국의 중요한 군사전략의 하나다. 지난 달 18일(현지시간) 폴 라캐머러 주한미군사령관 지명자는 미국 상원 인준청문회에서 “주한미군은 인도-태평양 전략의 일부이고 한반도 밖에서 분쟁이나 우발사태가 발생할 경우 투입이 가능하다”라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이른바 주한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을 말한다. 전략적 유연성이란 미국군이 어느 나라에 주둔해 있더라도 비상사태가 발생할 경우 미국의 세계 군사전략에 따라 그 사태에 즉시 대응하는 기동군으로 전환 투입한다는 것이다. 주한 미군이 동원될 경우 불가피하게 한국이 연루될 수밖에 없다. 

한국은 한미동맹의 관계로 묶여 있고 한국군은 한미연합사령부의 지휘를 받는 체계로 편제돼 있다. 한미연합사령부는 미국군이 사령관을, 한국군이 부사령관을 맡고 있다. 미국의 군사 전략적 선택에 따라서 한국이 한반도 밖의 외부 사태에 연루될 위험이 있다. 현재의 동맹체제에서는 주한미군의 해외 분쟁 개입에 우리가 자동적으로 연루될 가능성이 높다. 이를테면 중국과 미국이 제한적으로라도 군사적 충돌을 일으킨다면, 주한미군과 우리 군이 곧바로 이 분쟁에 연루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가 한미동맹에 대하여 냉정하게 따져봐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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