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강원지역본부 동해시지부

"간부, 조합원, 가족, 삼위일체의 힘… 14년 촛불 지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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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부 임원과 해고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호, 김진형, 심성은, 금진섭, 안홍수)
▲ 지부 임원과 해고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왼쪽부터 박영호, 김진형, 심성은, 금진섭, 안홍수)

전국 유일무이, ‘동지적 의리’와 ‘인간적 신뢰’로 14년간 이어온 ‘해직자 복직을 위한 촛불문화제’를 지난달 24일 140회를 마지막으로 진행한 동해시지부를 찾아 심성은 지부장과 금진섭 사무국장, 지부 해고자인 김진형, 박영호, 안홍수 조합원으로부터 그동안의 투쟁과 결실에 대해 들어봤다. 

2004년 총파업과 동해시지부
당시 총파업에 부서별로 조합원들도 대거 참여해 후과가 매우 컸다. 74명이 징계에 올랐고, 그중 15명이 해직됐다. 곧바로 지부는 부당징계 취소투쟁에 돌입, 매일 출근 투쟁 등을 통해 징계의 부당성을 알려냈다. 또한, 인사위원회 개최 저지 투쟁을 3차례 진행했고 실제로 개최를 무산시키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시 집행부도 부담을 느끼면서 74명에 대한 징계는 최소화되고, 15명의 해고자 중 11명은 1년 만에 복직되었다. 지부의 끈질기고 강고한 투쟁이 성과를 남겼다.

▲ 2005년 동해시지부는 부당징계 철회 등을 요구하며 천막 단식투쟁을 진행했다.
▲ 2005년 동해시지부는 부당징계 철회 등을 요구하며 천막 단식투쟁을 진행했다.

15명의 해고, 투쟁은 시작됐다.
해고 초기, 투쟁 동력이 많아 좋았다. 서로 의지할 사람도 많았고 부서별로 나름 능력자들이 해고되다 보니 난상토론을 해도 좋은 대안이 여기저기 튀어나왔다. 지부 사무실을 빼앗기고 시 청사에서 내쫓겨 광장에서 천막을 치고 단식 농성을 해도 끄떡없었다. 민주노총 지역사무실 한구석에서 동고동락하며 교육과 연대투쟁 등으로 하루하루를 알차게 보내며 서로를 견인했다. 동해시지부의 조합원들이 형제보다 더 돈독할 수 있는 것은 이런 과정 덕분에 가능했다. 

▲ 지부 가족대책위는 매주 목요집회를 통해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선전을 펼쳤다.
▲ 지부 가족대책위는 매주 목요집회를 통해 부당징계 철회를 요구하는 선전을 펼쳤다.

가족대책위원회(가대위) 활동은 자타 공인 최고였다.
2004년 12월 징계가 결정된 후 해고자 가족들이 시장 면담 과정에서 시장의 몰지각한 태도에 경악하고, 2005년 1월 즉시 가대위를 구성했다. 해고될 만큼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기에 가족들의 분노가 해고당사자보다 더 높았다. 가족들이 마음을 먹으니 해고자들은 더 단단해질 수밖에 없었다. 모든 집회와 선전전에는 가족들이 앞장섰고, 부당징계를 호소하기 위해 부서순회도 당차게 진행했다. 일일주점을 열어 복직투쟁 기금을 마련하고, 서울 상경투쟁에는 당시 어렸던 아이들을 조직해 “아빠 힘내세요. 우리가 있잖아요.” 노래에 맞춰 율동을 선보여 전국에 ‘동해시지부’의 격을 한 단계 높여냈다. 2012년 공무원노조 1020총회에는 200인 합창단에 함께 참가하여 ‘아침이슬’을 합창하며 조합원들의 가슴에 큰 감동을 안겨줬다. 

▲ 동해시지부가 지난달 24일 촛불문화제 최종회를 진행하고 있다.
▲ 동해시지부가 지난달 24일 촛불문화제 최종회를 진행하고 있다.

촛불문화제, 그 시작은
2006년 1월 2일, 15명의 해고자 중 11명만 복직됐다. 사실 1~2년이면 모두 복직할 거라 생각했는데 4명은 해고자 신분으로 남았다. 이제 장기화가 예상되는 싸움에서 무엇이든 해야 한다는 생각에 당시에도 사무국장이었던 금진섭 현 사무국장이 조합원들과 함께 하는 촛불문화제를 제안했다. 해고된 날을 잊지 않으려 매월 24일로 날짜를 정하고, 2007년 7월 24일 첫 촛불문화제를 시작했다. 초기에는 부서별로 결합하거나 지역 연대도 강했다. 매년 1월부터 10월까지는 매월 24일 촛불문화제를 진행했고, 11월엔 총파업 기념식을, 12월엔 조합원과 함께 송년한마당을 치렀다.

지치고 힘든 시간도 많았을 것 같다.
촛불문화제, 그 시작은 ‘잊지 않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오랜 시간이 흐르면서 아주 소수의 인원이 모이면 힘이 빠지고 지칠 때도 있었다. 내부에서 “할 만큼 했다. 이제 그만 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부는 완강했다. “몇 명이 모여도 복직하는 그 날까지 끝까지 간다”는 처음의 마음을 다시 확인하고 일어섰다. 2014년 세월호 참사 후에는 지부 촛불문화 제를 세월호 참사 추모의 장으로 열어가기도 했고, 지역 내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한풀이를 할 수 있는 공간으로 내어주기도 해 더욱 의미가 컸다.

▲ 동해시지부는 지난 달 24일 140차를 마지막으로 14년간 이어온 촛불문화제를 마무리했다.
▲ 동해시지부는 지난 달 24일 140차를 마지막으로 14년간 이어온 촛불문화제를 마무리했다.

마지막은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
수없이 원직복직을 외치면서도 세월이 흐르면서 복직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점점 약해졌던 지난날을 많이 반성했다. 해고동지들에게 너무 미안했다. 이제라도 복직을 이뤄낸 것이 무척 다행스럽다. 우리 지부의 끈질긴 투쟁이 공무원노조 안에서 또 다른 투쟁의 발판과 교훈이 되기를 바란다. 우리는 매월 24일 촛불문화제를 마치고 시청 앞에서 냉동삼겹살을 먹으며 뒤풀이를 했다. 이제 촛불은 거뒀지만 매월 24일을 ‘냉삼24데이’로 정하고, 다시 함께 모여 또 다른 투쟁을 준비하고 서로의 믿음을 확인해 나갈 것이다.

해고자들이 전하는 진심
끝까지 해고자를 잊지 않고 투쟁해 온 지부 간부들, 특히 언제나 지부 활동의 중심축이 되었던 금진섭 사무국장에게 정말 고맙다. 덕분에 조합원들이 24일이 올 때마다 총파업을 기억할 수 있었다. 다른 지부보다 더 많은 사랑을 받은 해고자라 고맙고, 미안하고, 자랑스럽다. 이제 현장으로 돌아가 해고를 통해 배운 진짜 노동자의 삶을 조합원들과 함께 나누고 펼쳐 나가겠다. 그동안 보여준 동지에 대한 사랑과 진심, 절대 잊지 않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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