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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덕을 돈으로 엿 바꿔먹으면 생기는 일

기사승인 2021.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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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광복절을 앞두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가석방됐다. 촛불혁명으로 집권한 정부에서 일어날 수 없는 참담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누구보다 민주주의를 소중히 여겨야 할 촛불정부가 민주주의가 아니라 돈줄부터 챙기는 ‘돈주주의’를 선택한 셈이다. 게다가 현 정부는 이 일에 대해 “국민의 이해를 구한다”라는 말 외에 제대로 된 사과와 설명도 내놓지 않았다.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달 13일 서울구치소에서 가석방되었다.

지난달 13일 청와대가 밝힌 문재인 대통령의 의중을 보니 “한편으로는 엄중한 위기 상황 속 에서 특히 반도체와 백신 분야에서 역할을 기대한다”라거나 “국익을 위한 선택으로 받아들 여 달라” 등의 말들이 있었다. 쉽게 말해 경제를 위해 이재용을 풀어줬다는 이야기다. 나는 이재용이 풀려난다한들 한국 경제가 1도 좋아지지 않을 것이라 믿는 사람이지만, 만에 하나 그렇다 해도 돈만 되면 범죄를 용서해 주는 게 정의이고 도덕인가? 이 정부의 주장은 “그렇다”라는 것 아닌가? 한 마디로 도덕과 정의를 돈과 엿 바꿔먹겠다는 건데, 이게 얼마나 위험하며 비효율적인 짓인지 지금부터 보여주겠다. 

채찍 유인의 역효과
‘채찍 유인의 역효과’라 불리는 행동경제학 이론이 있다. 이스라엘 출신의 행동경제학자 유 리 그니지(Uri Gneezy) 캘리포니아 대학 교수가 정립한 이론이다. 그니지는 이스라엘 하이 파 시내에 있는 유치원을 대상으로 20주에 걸친 실험을 한 일이 있었다. 보통 오후 4시까지 부모들이 아이를 데리러 와야 하는데 지각을 하는 부모들이 꽤 있어서 유치원 교사들이 퇴 근을 늦게 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 일을 막기 위해 지각자에게 벌금을 물리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를 조사하는 게 이 연구의 주제였다. 그니지는 부모가 10분 이상 지각을 하면 10세 켈(약 3500원)의 벌금을 물리도록 했다. 과연 지각자는 줄어들었을까? 

벌금을 물리기 전까지 지각자는 일주일에 평균 7, 8명 정도였다. 그런데 놀랍게도 벌금을 물리자 지각자가 되레 늘어났다. 벌금 도입 첫 주 평균 지각자는 11명으로, 둘째 주에는 14명으로, 한 달 뒤에는 20명으로 폭증한 것이다. 자본주의가 전가의 보도처럼 휘두르는 성과 연봉제도와 신상필벌 원칙이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결과를 낳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현대 자본주의 기업들은 노동자들의 성과를 높인답시고 걸핏하면 성과연봉제를 도입하려 한다. 그 성과연봉제의 핵심은 “못하면 벌을 준다” 혹은 “못하면 해고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렇게 하면 결과는 이렇듯 처참하다. 지각한다고 벌금을 물리면 지각자가 줄어드는 게 아니라 되레 세 배로 늘어난다는 것이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사실 유치원에 아이들을 맡긴 부모들은 웬만하면 지각을 하지 않으려 한다. 자기가 지각을 하면 선생님들의 퇴근이 늦어지기 때문이다. 이건 매우 미안한 일이다. 그리고 사람은 보통 이런 미안한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 이것을 우리는 도덕이라고 부른다. 그런데 벌금제도를 도입하는 순간부터 부모들은 더는 미안해하지 않아도 된다. 왜? 돈을 냈으니까! 부모들은 벌금을 내면 ‘나는 지각에 대한 정당한 대가를 치렀어’라고 생각한다. 그 래서 벌금은 되레 역효과를 유발한다. 그니지 의 이론 명칭이 ‘채찍 유인의 역효과’인 이유가 여기에 있다. 

도덕을 돈으로 엿 바꿔먹지 말아야 하는 이유
그래서 그니지는 “도덕의 문제를 돈으로 대체하면 매우 위험한 일이 벌어진다”고 지적한다. 예를 들어보자. 시민단체가 상근 활동가들에게 평등한 임금을 지급하고 있었다. 그런데 이 단체의 지도자가 노동의 효율을 높인다며 인센티브-체벌 제도를 도입하기로 했다. 일을 잘하면 월급을 많이 주고, 일을 못하면 월급을 깎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이렇게 하면 월급이 깎인 활동가들은 돈을 더 많이 받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할까? 천만의 말씀이다. 

시민단체의 활동가들은 공익을 위해 일을 한다는 도덕심으로 무장한 이들이다. 그 도덕의 가치를 돈으로 환산하는 순간 황당한 일이 벌어진다. 월급이 깎인 활동가들은 일을 더 열심히 하지 않는다. 왜? 월급이 깎였으니까! 이전까지 도덕을 위해 일한다고 생각했던 이들은 월급이 깎이는 순간 자신의 노동이 도덕이 아니라 돈을 위한 것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는다. 이제 그들에게는 도덕을 위해 더 열심히 일할 동기가 사라졌다. ‘쥐꼬리만큼 받았으니 일도 쥐꼬리만큼만 하면 되지’라는 생각이 뇌를 지배한다. 이런 식으로 도덕이나 사회적 책무의 영역에 돈을 개입시키면 매우 비효율적인 일이 벌어진다.

재벌 문제를 다룰 때 한국 사회가 오랫동안 저지른 치명적 잘못이 이것이다. “경제를 살리 기 위해 재벌을 풀어주자”는 논리는 법과 도덕의 문제를 돈으로 환산해버리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라. 범죄를 저질러도 돈으로 해결할 길이 있다면 범죄가 줄어들까, 늘어날까? 당연히 늘어난다. 왜? 재벌들은 “내가 경제 발전에 기여했잖아? 대가를 치렀으니 범죄를 저지르는 건 내 권리지”라고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면 경제적 효율성은 높아질까, 낮아질까? 당연히 낮아진다. 도덕이 무너지면 속된 말로 개나 소나 다 ‘범죄를 저질러서라도 돈만 벌면 다 해결돼’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래서 모든 경제 주체가 범법과 새치기에 몰두한다. 경제를 뒷골목 양아치들 패권 다툼 판으로 만들어버리는 것이다. 그래서 도덕의 영역을 함부로 돈의 영역으로 대체해서는 안 된다. 나빠진 경제는 언제든 회복할 수 있지만 무너진 도덕은 회복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가장 도덕적이어야 할 촛불정부가 이재용을 풀어줌으로써 한국 사회의 도덕에 엿을 왕창 먹였다. 이명박, 박근혜는 원래 비도덕적인 자들이었으니 그들의 비도덕은 언제든 맞서 싸울 논리가 있다. 하지만 촛불정부가 도덕을 엿 바꿔 먹는 것은 완전히 다른 이야기다. 이로써 사회의 도덕관념은 정말 심각하게 훼손돼 버렸다. 당신들이 지금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 알고는 있나? 당신들은 역사에 씻을 수 없는 죄를 지었다는 이야기다. 

이완배 기자(민중의소리) reporter_oh@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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