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 주은희 정책부장 (울산본부 북구지부)

진심과 소통으로 조합원 속에서 익어가는 '찐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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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북구지부 운영위원들(좌로부터 정재홍, 주은희, 강승협)
▲ 울산북구지부 운영위원들(좌로부터 정재홍, 주은희, 강승협)

코스모스가 제멋을 부리는 시월이지만, 한낮의 햇볕은 너무나 강렬했던 지난 5일, 센치한 가을 같기도, 뜨거운 여름 같기도 한 ‘매력 만점’ 간부를 만났다. 바로 울산본부 북구지부 주은희 정책부장이다.

1981년생 주은희는 울산에서 나고 자라 초중고와 대학까지 울산에서 졸업한 울산토박이다. 고교 시절 미술 선생님의 눈에 띄어 미술공부를 제안받기도 했고, 일러스트레이터를 꿈꾸기도 했지만, 어려운 집안 환경 때문에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직업을 고민하다 자연스레 공무원이 됐다.

▲ 울산북구지부 주은희 정책부장
▲ 울산북구지부 주은희 정책부장

대학에서 행정학을 전공한 그는 공무원노조 총파업이 있기 한 달 전인 2004년 10월 입직해 만 17년을 근무했다. 새내기 공무원 시절부터 시범사업을 기획하고 추진하는 일을 주로 맡았다. 좌절도 있었지만 그 속에서 열정과 창의성을 바탕으로 지역 내 다양한 사업을 추진했다. 최근에는 기업지원과 노동지원 업무를 동시에 맡았다. 지역 내 기업을 육성하는 일은 그 일대로, 노동자의 이해와 요구를 대변하는 시스템을 만들고 지원하는 일은 그 일대로 의미가 있고 적성에 맞았다.

입직 3년 만에 ‘얼떨결에’ 노조 가입을 하고 10년 정도 지나 사석에서 입사동기인 임현주 전 지부장의 넋두리를 들어주다 스스로 노조활동을 결심했다. 도와달라는 요청은 없었지만, 당시 운영위원 구성도 못하고 어려운 속내를 가감 없이 드러냈을 때 그는 임현주의 편이 되어주고 싶었다. 일주일쯤 고민하다가 노조활동을 하겠다고 마음먹었지만 남편의 반대에 부딪혔다. 90년대 가장 치열했던 시기 학생운동을 겪으면서 노조운동의 어려움을 잘 알고 있던 남편의 걱정은 너무나 당연한 것이었다. 다시 고민을 거듭했고 잠자는 남편을 향해 노조활동을 선언하고, 다음날로 울산북구지부 조직부장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고민은 깊게 하지만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반드시 하고 마는 그의 고집이 인생을 바꿔놓은 순간이었다.

노동운동 경력도 없고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시작한 활동이라 한계가 많았다. 일단 일손이 더 필요했으니 사람조직이 급선무였다. 그는 한동네에서 자란 동네오빠면서 입직동기인 정재홍(현 울산본부장)을 정책부장으로 스카웃했다. 임현주-주은희-정재홍, 입직동기 셋이 모이니 든든한 ‘동지’로서의 트라이앵글은 갖춰졌다. 2016년 단체협약 진행 과정에 북구청의 불성실함이 노골화되면서 전 조합원 총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적이 있었다.

울산북구지부가 갑질 보건소장 규탄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울산북구지부가 갑질 보건소장 규탄 1인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총회 성사를 위해 주은희는 자신의 성향대로 일단 무조건 열심히 해 보기로 했다. 1대1로 전화를 하고, 메일을 보내고 직접 찾아가 만나는 등 그의 표현대로 ‘무식하게’ 조직을 했다. 그 결과 380여명 조합원 중 200여명이 총회장에 집결했다. 총회에 초청된 구청장은 많은 조합원들 앞에서 “다 해주겠다.” 약속을 했고, 그것은 단체협약 체결의 결실이 됐다. 그는 간부의 노력과 조합원의 힘이 만나 얻어낸 첫 번째 승리를 통해 노조활동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2019년 12월 시작된 보건소장 규탄 투쟁은 그를 더 굳건하게 만들었다. 2020년 1월 6일, 갑질 보건소장 규탄을 위한 지부 첫 집회를 준비했는데 때마침 추운 날씨에 비까지 왔다. 첫 집회에 기세가 떨어질까 걱정도 잠시, 조합원 90여명이 보건소 앞을 가득 메워 투쟁의 대오를 형성해줬다. 그 힘으로 결국 승리했다. 그때의 고마움과 감동은 절대 잊지 못한다.

지부의 톡톡 튀는 젊은 사업기풍의 근간에는 단연 주은희가 있었다. 코로나19로 어려워진 대면사업을 대신해 온라인을 적극 활용했다. 새내기 공무원 교육을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수료자에게는 텀블러를 선물했다. 노동절에는 온라인 퀴즈대회와 인증샷 보내기도 진행했는데 조합원의 호응이 꽤 좋았다. 이번 '10.20 12시 멈춤!' 공동행동 조직에도 그가 중심에 섰다. 사실 주체가 되어 조합원을 만나고 사업을 고민하다보니 책임감이 커졌다. 무엇을 하더라도 조합원과의 소통을 제1의 가치로 두고 있는 주은희. 그는 조합원 앞에 서기 위해 자료를 미리 준비하고, 리액션은 부족하지만 눈빛으로 긍정해주는 조합원들의 진심을 느끼며 조금씩 ‘찐 간부’로 익어가는 중이다.

▲ 울산북구지부가 조합원들과 부서 순회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 울산북구지부가 조합원들과 부서 순회 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공무원노조를 알기 전까지 노동자의 정체성을 모르고 살았던 지난날을 돌아보면, 상급자 눈치를 보고 괜히 주눅들어있는 과거의 그를 보게 된다. 노동조합 활동에서 얻은 가장 큰 성과가 무엇인가 하니, 행복한 자신을 더욱 더 소중하게 여기게 된 것이란다. 아닌 것을 아니라고 말하고, 옳음을 찾아 살게 되자 비로소 행복이 보이고 소중함을 느끼게 됐다는 것.

주은희는 의식 있는 공무원노동자 한 명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믿는다. 머지않아 공무원에게도 온전한 노동기본권과 제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정치기본권이 보장될 것이기에 그 믿음은 더욱 깊어져 간다. 그래서 그는 공무원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역할을 하면서 다른 사람의 아픔에 공감할 줄 아는 ‘진짜 사람’이 되고 싶다.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을 생활신조 삼아 그는 즐거운 투쟁의 한복판에서 새로운 걸음을 내딛는다.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가치 있고, 씩씩하고 따뜻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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