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위원장 직무대행 윤택근, 이하 민주노총)이 13일 전태일 열사 51주기를 맞아 서울 동대문 사거리에서 '전태일 열사 정신 계승 전국노동자대회'를 개최했다.
민주노총은 전국노동자대회를 여의도 일대에서 진행할 계획이었지만 정부와 서울시가 대회를 불허했다. 이에 민주노총은 불허방침 취소와 집회, 시위의 자유 보장을 요구했지만 정부와 서울시의 입장변화가 없자 대회 장소를 변경했다.
이에 앞서 정부는 12일 저녁부터 서울 도심과 여의도에 대규모 경찰병력을 동원해 차 벽을 설치하고 차량 검문을 실시했다. 집회 당일인 이날 12시 30분부터는 경복궁역, 광화문역, 시청역, 안국역, 을지로입구역 등 총 7개 역사에서 무정차 통과를 하며 집회를 봉쇄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대회는 성사되었다. 전국에서 모인 2만여 명의 노동자들이 전태일 열사의 숨결이 깃든 평화시장 인근 동대문 사거리에 집결한 가운데 노동자 노래패의 힘찬 공연과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개회선언으로 대회가 시작되었다.
윤택근 민주노총 위원장 직무대행은 대회사에서 "전태일 열사가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라고 외친 지 51년이 됐다. 하지만 51년 전 노동자와 2021년 노동자의 처지가 전혀 다를 게 없다"면서 "지난 10.20 총파업 투쟁은 거리로 내몰린 노동자 민중의 목소리를 들으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었다. 문재인 대통령은 노동자가 차별 받지 않고 인간답게 살자는 절규가 들리지 않는가"라고 외쳤다.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는 연대사에서 "축구, 야구장에서 수만 명이 운집하는 건 괜찮고 노동자대회는 원천 봉쇄했다. 여야 대선주자 지지 행사는 수천 명이 밀집해도 단속하지 않는데 노동자 집회만 연이어 금지되고 있다. 이게 촛불정부 맞느냐"고 지적했다.
이어서 '당당한 노동자가 되어 함께 싸워 나가자'는 의미를 담은 민중가수들의 문화공연과 비정규직 사업장 노동자들이 직접 현장에서 겪었던 애환과 승리의 결의를 담은 투쟁발언이 이어진 가운데 민주노총과 진보당, 정의당 등 5개 진보정당이 대선공동선언을 발표했다. 이들은 다가오는 대선을 불평등을 타파하고 한국사회 대전환의 계기로 만들기 위해 10대 과제를 발표하고 공통투쟁을 벌여나갈 것을 약속했다.
민주노총은 결의문을 통해 "촛불에 배신당한 5년이었다. 최저임금 1만 원 공약과 공공부문 비정규직 제로화 약속 폐기에 이어 이재용은 석방하고 양경수는 구속하는 문재인 정권이었다. 민주노총 위원장을 가둔 것은 2천만 노동자들의 절규를 감옥에 가둔 것이며, 불평등 세상을 끝장내려는 노동자의 의지를 감옥에 가둔 것"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포스트 코로나 시대는 달라야 한다. 지금의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을 그대로 둔 채, 땜질 처방으로 이 위기를 극복할 수 없다. 국가의 역할이 근본적으로 달라져야 한다. 일하는 사람 누구나 근로기준법이 전면 적용되어야 한다"면서 "민주노총은 엄중한 시대적 요구를 통찰하여, 불평등사회를 타파하고 평등사회 건설을 위해 투쟁할 것을 선언한다. 20대 대통령 선거에서부터 자본과 그와 결탁한 정치 세력을 심판하고, 진보정당과 함께 노동자가 세상의 진정한 주인이 되는 그날을 위해 전진하겠다"고 선언했다.
한편 공무원노조 전호일 위원장을 비롯하여 수 백명의 조합원들도 ▲코로나19 대응 인력 확충 ▲공무원 정치기본권, 노동기본권 보장 ▲공공의료, 사회 공공성 강화 등 공무원노조의 요구가 담긴 현수막을 펼치며 힘있게 대회에 함께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