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속으로] 중앙행정기관본부 기상청지부

이제 첫 돌… “동지들 믿고 서두르지 않고 천천히 걷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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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상예보대로 너무나 맑은 5월 어느 날, 날씨에 울고 웃는 간부들의 이야기를 담기 위해 부산에 다녀왔다. 최근 드라마 ‘기상청사람들’로 인지도가 높아진 그곳에서 공무원노조 깃발을 지켜내며, 현장을 조직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중행본부 기상청지부 이야기다.

“기상청에도 공무원이 있어?” 물론 있다. 기상청에서 날씨예보와 관측업무를 하고, 관련 행정업무를 하는 그들이 기상직 공무원이다. 이들 중 13명의 ‘깨어있는’ 공무원 노동자들이 지난해 3월, 기상청에 공무원노조 깃발을 세웠다. 

▲ 기상청지부는 지난해 3월 공무원노조의 새 식구가 되었다.
▲ 기상청지부는 지난해 3월 공무원노조의 새 식구가 되었다.

기상청에 노동조합이 생길 기회는 사실 여러 번 있었다. 2000년대 초반, 세 명의 선배들이 의기투합, 노동조합을 세우려고 준비하고 있던 것이 외부에 유출되면서 울릉도, 백령도 등 오지로 배치되는 보복적 인사탄압에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2005년 송영철 지부장이 울산기상대에 근무하면서 조직 내 불합리에 맞서 노동조합을 세울 결심을 하고, 울산지역 금속노조에 도움을 요청, 노조 결성부터 비용지원까지 약속을 받았다. 
친한 몇몇 사람들에게 메일을 보내고 힘을 보태 달라고 했지만, 만들어지면 같이 하겠다느니, 파벌을 형성한다느니 하는 소극적 또는 부정적 반응에 절망하고 만다. 함께 할 사람이 없고, 잘 된다는 확신도 없어 송 지부장은 눈물을 머금고 손을 털었다. 

▲ 송영철 기상청지부장
▲ 송영철 기상청지부장

그렇게 15년이 흐르고, 2020년 3월 제주 근무를 마치고 부산으로 돌아온 송 지부장은 부산기상청의 조직 분위기가 사뭇 달라짐을 감지한다. 
언로가 열려 있었던 과거와 다르게, 첫 발령지에서 목격한 재떨이 날리는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밤새 고생한 예보관을 향해 인격 모욕적인 언사가 쏟아지는 것을 보고 송 지부장은 ‘이건 아니다’ 하며 주먹을 쥐었다. 뭔가 바꿔내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았다. 후배 공무원들이 편하게 말을 할 수 있는 공간은 만들어야 한다는 책임감과 ‘하나의 족적은 남긴다’는 마음으로 노동조합 만들기에 돌입한다. 

기상청에 노조가 출범할 수 있었던 데는 송영철의 뚝심이 가장 주효했지만, 당시 박중배 부산본부장의 도움 또한 컸다. 노동조합의 A에서 Z까지 상세히 설명해줬을 뿐만 아니라, 당시 재정이 1원도 없는 지부에 몇 백 만원 활동비를 모아 지원했고, 중행본부 간부들과 소통해 지부가 빠르게 공무원노조에 가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것을 계기로 부공교협(부산지역공무원교사단체협의회) 활동도 함께 하게 됐고, 든든한 연대의 힘으로 지부는 지금까지 올 수 있었다.

▲ 송 지부장이 전국순회 설명회를 통해 조합원을 만나고 있다.
▲ 송 지부장이 전국순회 설명회를 통해 조합원을 만나고 있다.

노조가 출범하자 조합원들의 기대는 너무나 컸고, ‘노조가 도대체 뭐 하느냐’는 원성을 들을 때도 있다. 노동조합이 뭐든 보장해 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 탓이다. 송 지부장도 지부 깃발 아래로 많은 조합원이 모여 힘 있게 기관과 교섭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꿈꿨다. 
그러나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 조합원들이 서울, 부산, 울산, 제주, 대전, 강원, 충북, 전남 등 전국 각지로 흩어져있어 물리적인 어려움도 있지만, 노조활동을 아직 탐탁지 않게 여기는 기관의 시선 탓에 다른 지역의 조합원 조직과 활동홍보를 위한 간담회를 가도 점심시간과 퇴근 후 시간만 허용되어 활동에 제약 또한 크다. 
또한, 13명으로 시작한 조합원은 60여 명으로 늘었지만, 운영위원은 지부장, 사무국장, 수석부지부장까지 고작 3명, 그것도 부산, 서울, 강 원에 흩어져 있어 영상회의를 해야 할 처지다. 기상직 공무원들의 특 성상 근무지가 정해져 있다 보니, 직장 내 갑질 문제 등 피해사례가 있어도 피해자 스스로가 덮고 가려는 경향이 커 그 부분이 가장 난제다.

이런 현실적 어려움에도 송 지부장은 발걸음을 멈추지 않았다. 중행본부와 함께 전국 순회 설명회를 진행, 직무급제 등의 현안을 해설하고 조합원 가입에 주력했다. 갑질 사건이 발생하자 청장면담도 추진했고, 현업근무자 근무체계를 개선하기 위해 끊임없이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상호 의견이 충돌될 수 있는 현안에 대해서는 전 직원 설문조사를 실시하여 많은 의견을 수렴하여 행동할 생각인데, 몇 안 되는 운영위원의 머리로 결정하면 자칫 우를 범할 수 있음을 경계하는 차원이다. 그래서 송 지부장은 함께할 젊고 마음이 건강한 간부 영입을 1순위 과제로 꼽고 있다. 

▲ 기상청지부가 2021년 10월 교섭 수련회를 진행했다.
▲ 기상청지부가 2021년 10월 교섭 수련회를 진행했다.

내달 지부는 드디어 교섭을 체결한다. 이번 교섭이 기상청의 직장 문화를 바꾸어내고, 조금 더 편안하게 일할 수 있는 일터로의 작은 변화를 가져올 것이다. 기상청 본부가 있는 대전으로 근무지를 옮겨 지부장, 사무국장이 한 곳에서 지부 활동을 확장할 수 있는 근거도 교섭에 담았다. 

수시로 변하는 날씨로 ‘구라청’이라는 별명도 얻었지만, ‘기상청사람들’은 날씨에 생계를 걸고 있는 노동자, 농민, 서민을 위해 진심을 다해왔다고 송 지부장은 전한다. 또 그는 이제 기상청지부도 교대근무 체계와 직장문화 개선 등을 통해 13명으로 시작한 노동조합이지만, 언젠가 400명 조합원 조직으로 강한 노조로 거듭날 것이니 ‘지켜봐 달라’ 말한다. 단언컨대, 기상청지부의 내일은 “매우 맑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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