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 속으로 - 울산지역본부 동구지부

차근차근 한걸음씩 … “다시 노동조합을 조합원 품에 안겨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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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울산 동구지부 이수현 지부장
▲ 울산 동구지부 이수현 지부장

2004년 총파업의 여파로 처참하게 무너진 노동조합을, 16년 만에 복구하고 있는 지부가 있다. 거대한 폭풍우가 지난 후 산산이 부서졌으나, 그 안에 살아있는 작은 ‘숨’을 모아 새 생명이 움트게 온갖 열정과 애정을 쏟는 것처럼 매일을 새롭게 도전하는 그들, 바로 울산지역본부 동구지부 이야기다.

사고지부와 비대위로 인한 오랜 침체를 딛고 다시 복구에 팔을 걷어붙인 주인공은 바로 이수현 지부장이다. 이 지부장은 2004년 지부장에 당선된 후 5개월 만인 11월 총파업으로 구속, 이듬해인 2005년 해직되고 16년 만에 복직한 노동조합 1세대다. 지부장 활동을 제대로 해 보지도 못한 채 해직되어, 조합원 대량징계와 해고로 노동조합이 일순간에 와르르 무너지는 것을 볼 수밖에 없었던 그 처참한 심정을 이 지부장은 결코 잊지 않았다. 올해 1월, 이 지부장은 16년 전의 암울했던 감정에서 벗어나 조합원 앞에 당당히 서겠다는 각오로 지부장에 나섰다.

이 지부장은 공무원노조 초기부터 부위원장, 상설위원장 등을 맡았고, 오랜 기간 해고자복직투쟁에 전념하며 지부 활동을 떠나있었다. 장기간 서울 생활을 통해 체득한 진리는 ‘지부가 잘 되어야 한다’는 것. 조합원 3분의 2가 징계를 받고 모든 것이 한꺼번에 무너진 그날을 정상궤도로 되돌리기 위해서는 조합원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가 뭐라도 하나씩 해나가야 했다. 이 지부장은 청년 지부를 목표로 지부 활동의 토대를 갖추겠다는 마음으로 활동에 돌입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조합원과의 만남. 지부를 떠나 있는 동안 조합원 이탈도 많았고 퇴직자 대비 신규가입이 적다보니 조합원 수는 현저히 떨어져 있었다. 절망할 수만은 없는 일. 이 지부장과 간부들은 7월부터 단체교섭 의견수렴을 위해 동 행정복지센터 순회 간담회를 진행했다. 조합원이 없는 곳도 있었지만 이 지부장은 성심껏 안건을 설명하고 모두의 노동조건을 위해 진심을 전달했다.

10월 26일부터 11월 11일까지는 전 부서 순회를 마쳤다. 오후 5시부터 2타임으로 나눠 전체 직원에게 ‘정년 즉시 연금을, 공무원에게도 퇴직금을’ 구호를 내걸고 홍보활동을 벌였다. 101명이던 조합원 수는 139명까지 늘었다. 아직 갈 길은 멀지만, 이 지부장은 조합원 가입서가 들어올 때마다 벅찬 감동을 느끼며 ‘이것이 바로 시작’이라 말한다.

▲ 지부가 도시락간담회를 통해 조합원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 지부가 도시락간담회를 통해 조합원의 목소리를 듣고 있다.

어려운 시기, 지부를 굳건히 지켜준 소중한 ‘조합원’들을 위해서는 지부 사무실에서 도시락 간담회를 진행했다. 한 명 한 명 자랑스러운 조합원들의 얼굴을 직접 마주하고 싶었다. 그들의 목소리를 직접 듣고, 노동조합이 그들의 진짜 희망이 되고 싶었다. 이 지부장은 조합원과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함께 나눈 그날의 한 끼가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밥이었단다.

▲ 지부는 지난 8월, 임금인상 쟁취 이벤트를 마련해 큰 호응을 받았다.
▲ 지부는 지난 8월, 임금인상 쟁취 이벤트를 마련해 큰 호응을 받았다.

지부는 일상사업도 재개했다.

3월에는 베스트-워스트 간부에 대한 설문을 추진했는데, 응답 조합원의 62%가 갑질을 당한 경험이 있었다. 노동조합에서 갑질을 막아달라는 요구도 있었다. 지부는 워스트로 꼽힌 간부에게는 ‘앞으로 직원을 인격적으로 대할 것’을 메일로 정중히 경고했고, 베스트 간부는 발표해 조직문화 개선에 도움이 되도록 했다. 이외에도 지부는 공무원임금 7.4%인상 투쟁 시기에는 식당 앞에 ‘룰렛 돌리기’ 등을 통해 현안 홍보와 조합원 만남을 병행했고, 선거사무수당 쟁취에도 앞장섰다. 전국체전에 일방적인 인원동원 지시도 저지했고, 자기계발 특별휴가와 노동절 대체휴무 등도 노동조합 활동으로 따냈다.

▲ 지부는 지난 9월, 16년만에 단체교섭을 체결했다.
▲ 지부는 지난 9월, 16년만에 단체교섭을 체결했다.

지난 9월에는 전 직원들의 의견을 수렴해 16년 만에 단체교섭도 체결했다. 16년 전 단체교섭을 체결했을 때도 이 지부장이 있었다. 다시 제자리를 잡는데 참 오래도 걸렸다. 지부 이름으로 조합원의 요구를 담은 교섭을 쟁취하고 나니, 이 지부장은 괜히 목이 메어왔다. 최근에는 조합원 영화보기 사업인 ‘퇴근후씨네’를 진행했는데, 조합원 가족 50여명이 참석해 지부 활동에 응원을 보냈다. 언제나 그랬듯이 ‘찐 조합원’들이 계속 힘을 실어주어 이 지부장은 활동을 게을리 할 수 없다.

이 지부장은 본인의 임기 내에 반드시 조직을 정상화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2023년 최고의 목표는 청년위원회와 대의원 구성, 그리고 조합원 가입 70% 달성이다. 노동조합 교육을 상시화하고 교육시간을 인정받을 수 있도록 해 청년들이 적극 참여하도록 할 계획이다. 노동조합과 호흡하는 순간이 많아질수록 함께할 ‘동지’는 생길 것임을 지부는 믿는다. 또한, 세심하고 감동적인 사업을 통해 조합원들을 한 명씩 조직하고, 그 힘으로 각 부서 대의원을 선출, 내년 상반기에는 번듯하니 대의원수련회도 열어볼 참이다.

비가 온 뒤에 땅이 굳는다고 했다. 지부는 큰 아픔과 오랜 좌절을 딛고 다시 비상할 준비를 하고 있다. 모든 힘은 그동안 함께했고, 기다려준 조합원으로부터 비롯함을 알기에, 조합원을 믿고 한 번 제대로 해 볼 참이다. 더디지만 차근차근 조합원 속으로 더 깊이 걸어가는 지부가 되기를 바라며, 더는 조합원에게 미안해하지 않고, 밝은 웃음을 나누는 행복한 지부로 거듭나기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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