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박래군 (손잡고 상임대표,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 공동대표)

“‘더는 죽게 둘 수 없다 ’절박함 안고 노동법 개정에 뛰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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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해 12월 여의도 국회 앞에서는 노조법 2‧3조 개정을 위한 투쟁이 한창이었다.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을 비롯한 단식농성단이 자리를 지켰고, 공무원노조를 포함해 많은 노동조합의 연대투쟁으로 연일 북적였다. 그곳에 35년 인권운동가의 길을 걸어온 그가 있었다. 2014년 손배‧가압류에 내몰려 죽음을 선택하는 노동자들의 처절함을 더는 보고 있을 수 없어 시민단체 ‘손잡고’를 만들고, 노동의 문제에 본격적으로 ‘개입’하게 된 그, ‘노동자가 시민이고, 노동은 곧 인권’임을 강조하는 박래군 씨다.

▲ 손잡고 박래군 상임대표
▲ 손잡고 박래군 상임대표

‘재야의 장의사’ 박래군
1988년 ‘광주는 살아 있다’ 외치며 분신한 故 박래전 열사의 친형인 박래군 대표는 유가족으로 의문사진사규명운동을 시작으로 국가폭력에 맞서 싸우는 사람이 됐다. 그 과정에 수많은 죽음을 마주했다. 자신의 손으로 장례를 치른 것도 수십 차례, ‘재야의 장의사’라는 별칭까지 얻게 됐다. 전국민족민주유가족협의회(유가협), 인권재단 사람 활동을 거쳐 세월호 참사 후에는 단원고 가까운 곳에 4·16재단을 설립해 상임대표를 맡았다. 2014년 2월 시민단체 ‘손잡고’ 상임대표를 맡아 노동자의 편에서 투쟁을 시작해 작년 9월 노조법 2‧3조개정운동본부 공동대표로활동 중이다. 

시민이 곧 노동자… 시민단체 ‘손잡고’, 손배가압류에 맞서다
쌍용차 노동자들, 두산 배달호 열사, 한진 김주익 열사 등 끝을 알 수 없는 노동자들의 죽음을 보고, 생명을 죽이는 악마의 법을 없애야 한다는 절박함이 커졌다. 시민의 대부분이 노동인구임을 감안할 때 ‘노동자’라는 것은 결코 별개의 계급이 아니었다. 결국, 노동자의 삶을 보장하는 것은 시민권의 영역. 박 대표는 손배가압류를 제대로 알려내기 위해 시민단체 ‘손잡고’(손배가압류를 잡자! 손에 손잡고)를 결성했다.

▲ 손잡고는 매년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를 열고, 손배가압류에 대해 알려내고 있다.
▲ 손잡고는 매년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를 열고, 손배가압류에 대해 알려내고 있다.

노란봉투법 제정 사업에 앞장서다
쌍용차 노동자에게 47억 배상판결이 난 것을 보고 한 시민이 47,000원을 담긴 노란봉투를 한 언론사에 보낸 것이 화제가 되어 47,000여 명의 참여로 무려 14억7천만원이 모이는 기적을 만들었다. 노동사안으로 이루어진 자발적인 시민 모금의 첫 사례다. ‘손잡고’는 시민 배춘환씨가 보여준 용기에 답하기 위해 노란봉투법 제정사업에 앞장섰다. 열악한 노동현장의 실태를 매년 조사했고, 손배가압류를 겪는 노동자와 직접 만남도 꾸준히 가졌다. ‘노란봉투’, ‘작전명 : C가 왔다’ 등 두 편의 연극을 무대에 올려 시민들이 노동의 문제를 자기 문제로 인식할 수 있도록 했다. 국회의원 등을 초청해 관련 토론회도 여러 차례 추진했다. 
박 대표가 가장 큰 성과로 꼽는 것은 단연 노란봉투법 모의법정 경연대회다. 올해로 9회차를 맞는 이 대회는 로스쿨생(예비 법조인)을 대상으로 현장에서 발생하는 실사례로 손배가압류 관련 문제를 주고 3인 1조로 사용자와 노동자 입장 모두에서 변론하게 한다. 학교에서 노동법을 배울 수 없는 학생들에게는 신선하면서 어려운 도전이다. 하지만 매년 참가자가 늘고 있고, 점점 손배가압류에 대한 이해도 높아지고 있어 매우 고무적이다. 이 대회 출신 학생들이 법조인이 되면 민주노총이나 금속노조 법률원 등에 진출하기도 하니, 시민단체에서 노동조합을 위한 든든한 토양을 다져주는 셈. 현재까지 손배가압류 관련 판결문과 변론자료까지 모두 197건을 데이터화했다. 고작 1명의 활동가와 10명의 운영위원, 200명 남짓한 후원회원이 만들어온 외로운 투쟁이었다.

▲ 박래군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난달 국회 앞 농성장에서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진행했다.
▲ 박래군 대표(오른쪽에서 두번째)가 지난달 국회 앞 농성장에서 노조법 개정을 촉구하며 단식을 진행했다.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도 직접 제안
8년 전 제출한 노란봉투법이 국회에서 잠들어있어 답답했는데, 때마침 대우조선해양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투쟁으로 손배가압류 관련 ‘해도해도 너무 한다’는 사회적 여론이 다시 만들어졌다. 박 대표는 민주노총 양경수 위원장을 찾아가 70년 동안 낡은 조항 그대로 유지되거나 개악되어온 노동법의 개정 투쟁을 제안했고, 지난해 9월 ‘노조법 2·3조 개정운동본부’를 출범시켰다. 몇 해 전 오랜 단식으로 부정맥 판정을 받았음에도 환갑을 넘긴 인권운동가 박래군은 연말 국회 앞 농성장에서 12일간 단식투쟁을 했다. 다행히도 관련 법 개정 논의가 세 차례 진행됐다. 이제 조금 진전을 이뤘다. 빠른 시일 내 성과를 만들어 더는 노동자의 눈 에 피눈물이 나지 않기를.

노란봉투를 열어라!
‘손잡고’는 노조법2,3조 개정을 위한 버라이어티 퀴즈쇼 <노란봉투를 열어라!>를 기획하고, 지난 19일 제작발표회도 마쳤다. 시민이 직접 노동에 대한 문제를 출제하고 해답을 찾는 퀴즈쇼를 통해 시민과 노동의 간극을 좁혀보겠다는 취지란다. 공연, 문화 예술인들이 기획단에 자발적으로 참여했고, 제작비 또한 전액 시민 후원금으로 진행된다. 박 대표는 공무원노조도 후원, 문제 출제와 퀴즈쇼 참여 등에 적극 참여해 달라고 주문했다.

노동자도 아닌데 왜?
박 대표가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이 듣는 말이다. 국민의 70~80% 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대부분이 노동자임을 감안하면 결국 노동자는 시민인 셈인데, 노동과 시민을 별개로 볼 수는 없었다. 특히 인권운동 35년 동안 노동의 민주화가 결국 선진국으로 가는 길임을 알게 됐다는 박 대표. 그러기에 그는 억울하고 부당한 일에 당면했을 때 비로소 찾는 노동조합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기 권리로써 누리는 노동조합을 시민들에게 돌려주고 싶었다. 차별을 제도적으로 극복하고, 노동형태(정규직, 비정규직, 일용직, 알바 등)에 상관 없이 노동의 가치를 존중하며, ‘너는 왜 노동조합 안 해?’ 되물으며 노동조합을 당연시하는 그런 세상과 함께.

공무원노동자들이여, 단결하라!
“유럽의 경우 가장 강력한 노동조합이 공무원노조다. 공무원노조가 강해야 부정부패가 없이 전체 사회가 잘 굴러간다. 공무원노조에 대한 탄압은 권력을 유지하기 위한 것이다. 노동2권도 채 되지 않는 공무원에게는 온전한 노동3권을 되찾는 일이 시급하다. 노동조합 없이 고립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노동과 노동조합에 대한 혐오로 기반을 다지는 윤석열 정권에 맞설 힘은 오직 연대와 단결뿐이다.” 박래군 대표가 공무원노동자들에게 전하는 진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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