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모시

백기완, 영원한 청춘의 동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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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기완 선생 영결식 모습
▲ 백기완 선생 영결식 모습

여든아홉 일생을 두고

백기완 동지는 우리 곁을 떠났다

가벼워진 몸은 사위어

우리 살아있는 숨결에 묻혔다

 

죽은 자의 슬픔으로

이별할 수 없네

 

인간의 땅에 태어나

마음마다 피어터진 주먹을 쥔다

가슴마다 아로새긴 혼불을 켠다

인간의 핏줄을 타고 오른 하늘에서

심장을 후벼내고 찌르는 외침을 듣는다

 

저 뼈에 무덤에

어떤 눈빛이 있다

저 커다란 나무에 뿌리에

어떤 피맺힌 목소리가 있다

빠진 손톱 으스러진 손등의 기억이 있다

넓적다리 한 움큼 떨어져나간 살점이 있다

 

역사가 자기 거울이야!

역사가 그를 만들었고 그가 역사를 만들었다

그렇게 백기완 동지는 역사의 거울이 되었다

가진 것이라곤 알통하고 양심 밖에 없는 사람이

짓밟힐수록 짓밟힐수록 기가 죽는 것이 아니라

불꽃이 일어난다고, 불꽃!

그가 불꽃이었고 불꽃이 그였다

그렇게 백기완 동지는 우리의 불꽃이 되었다

▲ 백기완 선생 영결식 모습
▲ 백기완 선생 영결식 모습

너도 일하고 나도 일하고

그리하여 너도 잘 살고 나도 잘 살고

열심히 일하는 사람이 잘 사는 세상을 위하여

오늘도 일하다 많이 죽었다

네가 이기고 내가 지는 싸움이 아니라

양심이 하나 되는 인간세상을 위하여

오늘도 싸우다 많이 울었다

 

이 썩어문드러진 하늘과 땅을 벅벅

네 허리 네 팔뚝으로 역사를 돌리라던

영원한 청춘의 동지여

목숨을 아니 걸면 중심이 안 잡히나니

맨 첫발 딱 한발띠기에 목숨을 걸어라던

노동자와 농민과 빈민의 불쌈꾼이여

 

목 놓아 사무쳐라

사랑도 명예도 이름도 남김없이

한평생 나가자던 뜨거운 맹세

한바탕 굽이쳐라

모두가 올바르게 잘 사는 노나메기 해방세상

남쪽도 없고 북쪽도 없는 우리들의 통일세상

 

산 자의 눈물로

아, 이별할 수 없네

 

 

 

▲ 임성용 시인
▲ 임성용 시인


임성용 1965년생. 전태일문학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하늘공장」과 「풀타임」, 산문집으로 「뜨거운 휴식」이 있다. 현재 화물운송 노동자로 일하며, 한국작가회의에서 문학연대활동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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