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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주의자 윤석열과 핵발전소가 만났을 때

기사승인 2022.05.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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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후쿠시마 핵발전소 참사 이후 인근 지역이 통제된 모습

일본의 논객 아즈마 히로키(東浩紀)는 과거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를 관광지로 만들자”는 독특한 제안을 한 적이 있었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가 어디인가? 1986년 체르노빌 핵발전소 사고와 함께 2011년 인류 역사상 가장 끔찍한 핵발전소 사고가 일어난 곳이다.

그런데 이 끔찍한 사고 장소를 ‘관광지’로 만들자니 이 무슨 황당한 주장인가? 하지만 히로키 주장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일본인들이 핵발전소 사고를 망각할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었다. 히로키는 “핵발전소 사고를 재현하는 놀이기구를 만들자. 그렇게 해서라도 당시 사고를 기억해야 한다. 설혹 사람들이 그 놀이기구를 타면서 ‘이거 죽이는데!’라며 환호성을 지르더라도, 사고를 잊는 것보다는 훨씬 낮다”고 질타했다.

일본인들, 아니 일본인뿐만 아니라 인류는 고통스러운 기억을 빨리 잊으려 한다. 실패의 기억, 아픈 기억이 남아있으면 미래로 나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인지신경과학자 탈리 샤롯(Tali Sharot) 칼리지런던 대학교 교수가 “인류는 살아남기 위해 망각이라는 기법을 사용한다”고 주장하는 이유다.

이런 습성 탓에 인류는 핵발전소 참사의 아픈 기억을 자꾸 잊으려 한다. 많은 사람들이 당시의 사고를 두고 “맞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 정도로 가볍게 넘기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윤석열 정권이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들의 수명 연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 이른바 탈핵의 백지화다. 그런데 사람들은 그 발언의 위험성을 잘 느끼지 못한다. 우리는 어느덧 후쿠시마의 참사를 잊어버린 것이다.

 

후쿠시마 참사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는 도쿄전력이 소유하고 관리하던 발전소였다. 그리고 당시 도쿄전력은 공기업이 아닌 민영기업이었다. 이 사실은 이 사건의 핵심 원인을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하다. 왜냐하면 민영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오로지 이윤, 즉 돈벌이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공기업과 민영기업이 핵발전소를 대하는 태도는 완전히 다를 수밖에 없다. 공공의 이익을 중시하는 공기업은 안전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다. 반면 돈벌이를 중시하는 민영기업은 안전을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조차 아끼려 한다.

후쿠시마 제1핵발전소 사고는 그 해 3월 11일 일본 동북부 태평양 연안에서 발생한 초대형 지진에서 비롯됐다. 동일본 대지진, 혹은 도호쿠(東北) 대지진으로 불리는 그 지진이다.

핵발전소가 주로 바다를 끼고 건설되는 이유는 냉각수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핵발전소는 우라늄의 핵분열로 생긴 열을 이용해 물을 끓인 뒤, 이때 발생한 증기로 터빈을 돌려 전기를 생산한다.

이때 발생하는 열이 매우 뜨거워 반드시 식혀줘야 한다. 냉각수는 바로 이 과정에서 필요한 물이다.

문제는 핵발전을 통해 발생하는 열이 엄청나 이를 식히는 데 사용되는 물의 양이 어마어마하다는 데 있다. 크기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핵발전소 1기 당 사용되는 냉각수의 양은 1초에 수십 톤에서 수백 톤에 이른다. 그래서 주로 바닷가에 핵발전소를 짓는 것이다.

그런데 2011년 벌어진 대지진으로 높이 15m에 이르는 거대한 쓰나미가 핵발전소를 덮치고 말았다. 이 바람에 발전소 일부가 물에 잠겼다. 그리고 이 사고로 냉각수를 공급하는 펌프에 전력 공급이 중단됐다.

냉각수가 부족해지자 발전소 내부가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흡사 발전소가 용광로와 비슷해졌다고나 할까? 결국 발전소 내부에서 폭발이 일어났고 이로 인해 대량의 방사능이 누출됐다. 이게 바로 이 사고의 요지다.

 

시장주의와 핵발전소가 만나면

문제는 이 과정에서 도쿄전력이 오판을 거듭했다는 데 있다. 냉각수 펌프 작동이 중지됐을 때, 열을 식히기 위해 바닷물을 직접 퍼부어서라도 원자로를 식혔다면 문제가 해결됐을 것이다.

하지만 민영기업이었던 도쿄전력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 왜냐하면 정제된 냉각수가 아니라 소금기를 머금은 바닷물을 그대로 원자로에 쏟아 부을 경우 그 원자로는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어 폐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 돈을 아끼려다 대참사가 벌어진 것이다.

도쿄전력이 지은 죄는 이것만이 아니다. 지진이 발생했는데도 발전소 노동자들이 대부분 사고 당일 퇴근해버린 것도 참사를 키운 중요한 원인이었다.

지진 직후 도쿄전력은 현장 노동자들에게 “퇴근을 할지 말지는 현장에서 알아서 판단하라”는 무책임하기 짝이 없는 지시를 내렸다. 이 지시를 받은 현장 노동자들 대부분이 퇴근해버렸다. 여기서 중요한 점은, 이 노동자들 대부분이 도쿄전력 본사 소속이 아니라 외부 업체에서 파견을 나온 저임금 노동자들이었다는 대목이다. 이 또한 도쿄전력이 비용을 아끼려고 한 짓이었다.

사고 총 책임자인 도쿄전력 사장 시미즈 마사타카(淸水正孝)의 무책임한 태도도 전 세계의 분노를 자아냈다. 시미즈는 사고가 발생한지 29시간 뒤인 3월 13일, 단 한 차례 사과회견을 한 이후 잠적해버렸다. 노동자 300여 명이 현장에서 냉각 작업을 위해 사투를 벌이는 동안에도 시미즈는 현장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가 후쿠시마를 찾은 때는 사고 발생 무려 한 달 뒤인 4월 11일이었다.

시미즈는 사고 직전해인 2010년 도쿄전력 사장에 오른 인물이었는데, 그의 별명은 ‘비용 감축의 귀재’였다. 그는 오로지 이윤만을 추구했던 민영기업 도쿄전력에 가장 적합한(!) 경영자였던 셈이다. 이 긴 이야기를 한 줄로 정리하자면, 도쿄전력은 그 알량한 돈벌이에 목숨을 걸다가 이 끔찍한 사고를 저질렀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러면 생각해보자. 전형적인 시장주의자인 윤석열 대통령이 탈핵 백지화를 추진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앞으로 이 정권은 보나마나 공기업 효율화 운운하며 비용을 줄이자고 난리를 칠 것이다. 그러면 핵발전소를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은 비용 절감을 최우선의 가치로 둘 것이다. 그래서 벌어진 사고가 후쿠시마 참사다. 이 끔찍한 일이 우리나라에서 안 벌어질 것이라 누가 장담할 수 있나?

시장주의자 윤석열과 핵발전소 확대론자 윤석열은 후쿠시마 참사를 유발한 원인과 정확히 일치한다. 우리의 아이들이 살아갈 나라가 후쿠시마 참사의 위험을 안고 살아가는 나라여서는 안 된다. 우리에게는 이를 결연히 막아야 할 이유가 있다.

이완배 기자 yju828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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