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민 행안부 장관, 애초부터 자격이 없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의 “누군들 폼 나게 사표 던지고 싶지 않겠나?”라는 발언이 엄청난 비판을 받고 있다. 작금의 참사 상황이 ‘폼 나게’라는 단어를 쓸 대목이냐는 비판부터 공감 능력이 부족하다는 비난에다가, ‘폼 나게’ 사법처리를 당하는 게 옳다는 분노까지···. 모두 지당한 목소리들뿐이다.

나는 이런 목소리에 100% 동의하며 한 가지를 더 검토해보려 한다. 이 문제를 차치하고서라도 그는 애초부터 행안부 장관에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었다는 점이다. 행정안전 업무와 아무 상관없는 판사 출신이 대통령의 고교 및 대학 4년 후배라는 이유로 행안부 장관에 오른 그 과정부터가 실로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라는 이야기다.

 

애초부터 리더로서 자격 미달

피터의 법칙(Peter Principle)이라는 게 있다. 1969년 교육학자인 로렌스 피터(Laurence J. Peter)가 정립한 이래 경영학 인사관리 분야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이론이다.

교육학자인 피터는 일선 학교의 교장들 중 무능한 이들이 너무 많다는 사실에 종종 놀라곤 했다. 그런데 세상을 돌아보니 무능한 교장만큼이나 무능한 리더들이 곳곳에서 사회를 이끌고 있었다. 그래서 피터는 비효율적으로 운영되는 조직의 공통점을 찾아 나섰다.

수백 건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단 하나의 공통점이 발견됐다. 비효율적인 조직은 리더를 뽑는 방식이 엉망진창이었다는 점이었다. 리더는 조직을 잘 이끌어야 하는 사람인데, 정작 리더로 승진하는 사람 대부분은 조직을 잘 이끌어본 경험이 없었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보자. 내가 속한 기자 사회만 해도 그렇다. 훌륭한 기자란 취재를 잘 하고 기사를 잘 쓰는 기자다. 이런 기자들이 인사고과를 높게 받고 데스크(차장이나 부장)로 빨리 승진을 한다.

문제는 데스크가 취재를 잘 하고 기사를 잘 쓰는 능력만으로 잘 수행할 수 있는 업무가 전혀 아니라는 데 있다. 데스크는 기사를 거의 쓰지 않는다. 취재도 별로 하지 않는다. 데스크는 부서원들을 융합시키고, 전체적인 판단을 하고, 조직의 효율을 높여야 하는 관리자다.

이 말은, 리더십이 있고 관리능력이 뛰어난 사람을 데스크로 뽑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정작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그런 인물을 데스크에 앉히는 게 아니라 취재를 잘하는 기자를 데스크에 앉힌다. 이러니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지난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소속으로 대구시장 출마에 나섰던 이진숙 전 대전MBC 사장이 바로 그런 인물이다. 그는 다른 건 몰라도 중동 취재로는 날렸던 기자였다. 종군기자로 이름을 얻어 좋은 인사고과를 받았고, 그래서 남들보다 빨리 임원으로 승진했다.

그런데 그런 그가 대전MBC 사장을 할 때 대전MBC 지역 뉴스에 중동 뉴스를 내보낸 유명한 일화가 있다. 혹시 이 사람, ‘지역 뉴스’의 말뜻을 몰랐나? 아니면 ‘지역 뉴스’를 대전 ‘지역’ 뉴스가 아니라 중동 ‘지역’ 뉴스로 이해한 건가? 아니면 ‘중동’이 아랍의 그 중동이 아니라 대전 동구 중동이라고 생각한 건가?

왜 이런 황당한 일이 벌어질까? 사장이 조직을 관리하고 경영을 해야 하는데, 이 사람은 아는 게 중동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러니 이런 미친 짓을 버젓이 저지른다.

나는 그의 보수적 세계관과 출세 지향적인 기자관에 전혀 동의하지 않지만, 그와 별개로 이런 인물은 리더로서 기본적이 자격이 아예 없는 거다. 임원의 자격이 있는 자를 임원으로 뽑은 게 아니고 사막에서 취재를 잘하는 자를 임원으로 뽑으면 조직이 이렇게 멍멍이 판이 된다.

 

무능한데 무능한지 모르는 장관

판사로서 이상민과 행정안전부 장관 이상민의 괴리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한 나라의 행정업무와 안전업무를 총괄하는 행안부 장관이 되려면, 최소한 그에 걸맞은 자격 검증을 혹독하게 거쳐야 한다. 나는 그가 판사로서 유능했는지조차 전혀 모르겠지만 설혹 그랬다 하더라고 그런 평가는 아무 의미가 없다. 행정안전 업무를 종합하는 리더로서 유능한 사람인지가 검증돼야 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그는 전혀 그런 검증이 되지 않았다. 검증된 것이라고는 대통령 고교 대학 후배였다는 사실 뿐이다.

따라서 만약 이상민 장관이 정말로 좋은 행안부 장관이 되고 싶었다면 그에 걸맞은 소양을 훈련해야 했다. 판사는 조직의 리더로서 능력보다 개인의 판단 능력을 중시하는 자리다. 내가 좋은 판사였다고(그가 좋은 판사였다는 뜻이 절대 아니다) 단번에 좋은 장관이 되는 게 아니라는 뜻이다. 심지어 그 자리가 국가의 행정과 안전을 총괄하는 자리라면 더더욱 그렇다. 취재기자와 데스크만 해도 하는 일이 다른데, 판사와 행안부 장관이 어찌 같은 일일 수 있겠나?

더닝-크루거 효과(Dunning-Kruger effect)라는 이론이 있다. 미시간대학교 심리학과 교수인 데이비드 더닝(David Dunning)과 뉴욕대학교 스턴경영대학 심리학과 교수인 저스틴 크루거(Justin Kruger)의 공동 작품이다.

이 이론의 요지는 “무능력한 사람일수록 자기가 무능력하다는 사실을 몰라서 사태파악을 더 못하므로 더 무능력해진다. 반면에 유능한 사람들도 자기가 유능하다는 사실을 몰라서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는데 하지 못한다”라는 것이다.

이 이론이 주는 의미는 실로 심오하다. 원래 세상은 유능한 사람과 무능한 사람이 섞여서 사는 곳이다. 그런데 무능한 사람이 자신이 무능하다는 사실을 알면, 웬만하면 큰 사고를 치지 않는다. 언제 큰 사고가 나느냐? 무능한 사람이 자신이 무능하다는 걸 모를 때 사고가 난다. 자격 미달 이상민 장관이 행정안전부 장관의 자리를 차고앉았을 때 이태원 참사가 벌어진 일 같은 것 말이다.

국가적 참사로 모두가 슬픔에 잠겨있는 이때 안전 총 책임자 중 한 명인 장관이 “폼 나게 사표” 운운이나 하고 자빠져 있다. 이 자가 애초부터 자격 미달에 무능의 극치인 인물이라는 명백한 증거인데, 본인만 그 사실을 모르고 있다. 그래서 묻는다. 그냥 제발 좀 닥치고 사퇴하면 안 되겠냐? 

 
SNS 기사보내기
저작권자 © 공무원U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개의 댓글
0 / 400
댓글 정렬
BEST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수정
댓글 수정은 작성 후 1분내에만 가능합니다.
/ 400
내 댓글 모음
주요기사
모바일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