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이 1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기소했다. 제일모직과 삼성물산 합병 추진 과정에서 온갖 불법 행위를 저지른 혐의다. 온갖 방해 공작에도 마침내 이재용을 기소한 검찰의 판단에 경의를 표한다. 내가 검찰 조직에 별로 우호적인 사람은 아니지만, 이 일은 정말 잘 처리했다.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이 있다. 명백한 범죄 행위인데도 구속은커녕 기소조
2012년 강남의 한 아파트에서 27개 동 전체 승강기에 ‘배달사원 승강기 사용 자제’라는 경고문을 붙인 적이 있었다. 내용은 “전기요금이 많이 나오니 배달사원(신문, 우유 등)들은 승강기 타지 말고 계단을 이용하라”는 것이었다.이 사건 이후 에 배달 노동자의 인터뷰가 실렸는데 그는 “우유 상자를 싣고 엘리베이터를 탔는데 한 주민이 ‘전기세 내
보수진영의 참패를 불러온 21대 국회의원 선거가 끝났다. 이에 관한 정치적 해석은 나의 능력 밖의 일이다. 다만 경제학 관점에서 볼 때 총선이 남긴 몇 가지 인상적인 교훈이 있어서 이번 칼럼에서 이를 되짚어보려고 한다. 첫째, 미래통합당의 막말 파문에 관한 것이다.이 당의 막말 퍼레이드는 선거 패배의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그런데 이들의 막말이 이번 총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 정부는 제발 좀 닥치고 있어라.”애덤 스미스(Adam Smith)이래 시장주의자들이 200년 가까이 고수해온 한결같은 주장이다. 그들은 ‘시장의 전지전능함’을 맹신하고 정부의 기능을 악마화했다. 이들이 지금 한국 보수의 중추를 이룬다.그런데 나는 정말로 궁금하다. 모든 것을 시장에 맡기자는 시장주의자들이 왜 정부의 감염병 대처
최근 각광받는 행동경제학자 댄 애리얼리(Dan Ariely) 듀크 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학생들을 상대로 실험을 한 적이 있었다. 애리얼리 교수는 “내가 시 낭송을 할 텐데 돈 내고 들으러 올 사람 있냐?”라고 물었다.의외로 많은 학생들이 신청을 했다. 학생들은 짧은 시 한 편 들을 때 1달러, 중간 길이의 시 한 편은 2달러, 긴 시 한편의 낭송을 들을
인간은 선택을 할 때 그다지 정교한 계산을 하는 동물이 아니다. 냉정하게 말해서 인간은 대부분의 선택을 ‘대충 찍어서’ 한다.비슷해 보이는 물건인데도 가격이 다를 때, 우리는 제품과 가격을 꼼꼼히 살핀 뒤 사지 않는다. “싼 게 비지떡이야”라는 속담만 믿고 비싼 걸 덜컥 집는다. 아니면 “싼 게 장땡이지”라는 소신으로 싼 걸 덜컥 집거나!찍는 것을 무조건
1993년 당시 일본 자민당 간사장이었던 오자와 이치로(小澤一郞)가 『일본개조계획(日本改造計劃)』이라는 책을 출간했다. ‘일본의 덩샤오핑(鄧小平)’이라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막강했던 오자와는 이 책에서 일본개혁론과 자위대의 해외 파견 정당화, 아시아·태평양 국가로서의 일본론 등 본인의 소신(혹은 헛소리)을 길게 써 놓았다.이 책이 출간된 데에는 재미있는 사
“와~ 우리 영국이 드디어 유럽연합(EU)에서 탈퇴했어요! …… 그런데 EU가 뭔가요?”2016년 6월 24일 영국에서 역사적인 사실 하나와 웃지 못할 코미디 하나가 동시에 벌어졌다. 역사적인 사실은 영국 국민들이 EU 탈퇴를 결정하는 국민투표를 가결했다는 점. 이른바 브렉시트(Brexit)가 그것이다.웃지 못할 코미디는 당일 영국
강원도에서 대형 산불이 난 이튿날, ‘황교안 지킴이 황사모’라는 밴드의 대표 김형남 씨가 트위터에 이런 글을 올렸다고 한다.“다행히 황교안 대표가 아침 일찍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해서 산불 현장 점검도 하고 이재민 위로도 하고 산불 지도를 한 덕분에 속초·고성은 아침에 주불은 진화가 되었다.”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산불 지도를 해서 산불이 꺼졌단다. 황
어렸을 때 참 그 게임 많이들 했다. 블루마블 게임(혹은 부루마블이라고도 부르는)이라는 보드 게임 말이다. 타이베이나 홍콩, 마닐라, 싱가포르, 카이로, 이스탄불 등 분홍색 영역의 도시는 “투자 가치가 없다”며 건너뛰었다. 반면 뉴욕, 런던, 로마, 파리, 도쿄 등 검은색 영역의 땅을 구입해 호텔을 올릴 때에는 온 몸이 짜릿짜릿했다. 지금 생각하면 매우 선
우리가 사는 대한민국에서 사람 한 명의 목숨 값은 얼마인가? 질문이 너무 잔인하다고? 알고 있다. 하지만 이 잔인한 질문을 던지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 질문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다시 한 번 묻는다. 이 땅에서 사람 한 명의 목숨 값은 도대체 얼마로 쳐주는가?한국서부발전 소속 태안화력발전소에서 24세 꽃다운 노동자 김용균 씨가 목숨을 잃었다. 그런
1842년 프랑스 대통령으로 선출된 나폴레옹 3세는 늘 혁명의 공포에 벌벌 떨었다. 1789년 프랑스 대혁명으로 구체제를 무너뜨린 프랑스 시민들은 숱한 반동의 역풍에도 1830년 7월 혁명으로 샤를 10세를 타도했다. 대통령에 오른 나폴레옹 3세조차 1848년 시민들이 일으킨 2월 혁명으로 집권에 성공했다.당시 유럽에서는 “프랑스에서 가장 보편적 직업은 혁
기본소득, 우리에겐 꿈일까?한국의 근로기준법에는 ‘무노동 무임금(No Work, No Pay)’의 원칙이라는 게 있다. 자본가들이나 경영진들이 노동자들과 임금 협상을 할 때 흔히 쓰는 말이다. 일을 하지 않는 노동자에게는 임금을 주지 않는다는 것, 이것은 “일한 만큼 대가를 주는 게 자본주의 사회의 원칙 아니냐?”는 논리와 결합돼 매우 그럴싸한 권위를 갖는
1943년 인도의 벵골 지역에 극심한 기근이 들이닥쳤다. 무려 700만 명의 아사자(餓死者)를 낳은 이른바 ‘벵골 대기근’이다. 그런데 역사의 아이러니지만, 이 전대미문의 참사 속에서 인류는 새로운 희망의 씨앗을 잉태한다. 당시 벵골 지역에는 총명하고 마음이 따뜻한 한 소년이 있었다. 대기근의 참상을 목도한 이 소년은 스스로에게 이렇게 질문한다. “왜 가난
“요즘도 계속 경제부에서 일하는 거지? 네가 나이가 좀 있어서 그렇긴 한데, 지금이라도 정치부 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걸 고려해보는 게 어때?”“예?”서로 다른 조직에 몸담은 지 꽤 된 언론사 선배가 몇 년 전 만나 필자에게 한 조언이다. 사실 언론사 생활 대부분을 경제부에서 보낸 필자에게 그 조언은 너무 생소했다. 당연히 이유도 궁금했다.“언제까지 거기서
2년 전 한현우 주말부장이 쓴 ‘간장 두 종지’라는 칼럼이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필자는 그 칼럼이 매우 불편했다. 간장 한 종지에 분노하는 한 아재의 속 좁음이 불편했던 게 아니었다. 그 칼럼에서 제일 필자를 불편하게 만들었던 대목은 이 부분이었다.“매식이 일상인 직장인들과 매식이 생계인 음식점 종사자들은 한상 부딪힌다. 서로 조심해야 한다